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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3차대전 길 닦나” 직격탄 날린 코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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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3차대전 길 닦나” 직격탄 날린 코커

입력
2017.10.09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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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코커 “트럼프, 리얼리티 쇼처럼 직무 수행”

트럼프 충동 성향, 측근 참모 만류 기류도 전해

군사 옵션 둘러싼 대북 대응 혼란상 반영

트럼프 “나한테 지지 구걸하다 거절돼 훼방질” 트윗에

“백악관이 성인 돌보미센터 전락” 인신공격성 맞대응도

밥 코커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이 지난달 워싱턴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밥 코커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이 지난달 워싱턴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한때 측근이었던 공화당 중진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과 상식 밖의 막말로 집안 싸움을 벌여 워싱턴 정가를 들끓게 하고 있다. 두 사람의 충돌이 인신 공격성 싸움으로 비화됐지만, 그 이면에는 트럼프 정부 내 북핵 대응을 둘러싼 대립과 혼란상이 자리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옵션을 불사한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하는 것과 관련해 코커 위원장은 “3차 세계 대전으로 가는 길을 닦을 수 있다”고 강력 경고했다.

충돌은 트럼프 대통령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대북 대화 시도를 “시간 낭비”라고 면박을 주는 등 두 사람의 불화설이 증폭됐던 지난 4일 코커 위원장이 틸러슨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존 켈리 비서실장 등 ‘3인방’을 거론하며 “이들 세 명이 우리나라를 ‘혼돈’(chaos)으로부터 지켜주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하면서 비롯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뒤늦게 이날 트위터로 “밥 코커 의원은 중간 선거 때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구걸했지만 나는 ‘노(NO)’라고 말했다”며 포문을 열었다. 최근 코커 위원장이 내년에 열리는 중간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이 자신의 지지 거부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 지지 없이) 출마할 배짱이 없었다”고 조롱하는가 하면 “국무장관직도 원했지만 내가 거절했다. 그는 끔찍한 이란 핵 합의에도 책임이 있다”며 저격 트윗을 잇따라 올렸다.

그러자 코커 위원장도 즉각 트윗을 통해 “백악관이 성인 돌보미센터(adult day care center)로 전락해 부끄럽다”며 “누군가 오늘 아침에 교대 근무를 빠트린 게 분명하다”고 맞대응했다. 돌보미가 출근을 안 해 대통령이 사고를 쳤다는 조롱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공화당 지도부를 비난하는 트윗을 여러 차례 날리긴 했지만, 양측 간 인신공격성 설전으로 비화한 것은 이례적이다. 정계 은퇴를 앞둔 코커 위원장이 트럼프 지지자들의 눈치를 보지 않는 자유로운 입장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할 말은 하겠다’는 태세의 코커 위원장이 정부 내 대북 대응 기류를 털어놓은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이날 트윗 공방전 뒤 뉴욕타임스(NYT)와 가진 통화에서 “다른 나라들에 대한 무모한 위협이 3차 세계 대전으로 가는 길을 닦을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수습생(The Apprenticeㆍ트럼프 대통령이 출연한 리얼리티 쇼)’을 진행하는 것처럼 직무를 수행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핵 문제에 대해 군사 타격을 암시하는 모호한 화법으로 ‘미치광이 전략’을 극대화하는 데 대해 리얼리티 쇼 진행 전력과 연관 짓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그는 “대통령이 극심한 위험을 초래하고 있어, 정부 고위 인사들이 충동적 성향으로부터 대통령을 보호해야만 한다”며 “백악관에서 매일 벌어지는 일을 알고 있는데, 그를 자제시키려고 애쓰는 상황이다”고 내부 기류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에도 트위터에 “25년간 북한을 다루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수십억달러만 주고 아무 것도 얻지 못했다”고 적어 대북 군사행동 쪽으로 결심을 굳힌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았다.

이번 충돌의 발단이 된 ‘그들(3인방)이 혼돈으로부터 나라를 지키고 있다’는 발언 역시 군사 옵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충동을 3인방이 만류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옵션 엄포를 놓을 때마다 틸러슨 장관과 매티스 장관이 ‘외교적 해법’을 강조해온 것도 같은 맥락인 셈이다.

코커 위원장은 지난해 미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를 지지했던 몇 안 되는 공화당 인사로 부통령 러닝메이트와 첫 국무장관 후보로도 거론됐다. 하지만 외교 정책 등을 두고 대통령과 사이가 점차 벌어지다가 완전히 갈라서게 됐다. 그는 오바마 전 정부에서 타결된 이란 핵 합의를 의회가 승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등 공화당 의원으로선 비교적 중도적 노선으로 평가된다. 의회 외교의 한 축을 담당하는 그가 이란 핵 합의 파기 등 트럼프 정부의 외교 정책에 제동을 걸 것으로 미 언론들은 전망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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