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1심 담당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가 10일 박 전 대통령의 구속 기간 연장 여부를 심리할 예정이다. 형사소송법상 박 전 대통령의 1심 구속 기간(6개월)이 16일까지인데 검찰이 재판부에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해 조만간 이를 결정해야 한다. 그를 석방할지 아니면 계속 사회와 격리할지를 놓고 검찰과 변호인 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는 상황이다.
원론적으로 보면 피고인의 인권과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하는 게 합리적이다. 검찰의 재구속 사유로 적시된 SK와 롯데에 대한 K스포츠재단 추가 출연 요구 혐의는 그에 대한 심리가 종결된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변호인 측은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도 불구속 재판 사유로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재판 진행 등 실익 측면에서 불구속 재판이 구속 상태보다 낫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될 경우 재판에 성실하게 출석한다는 보장이 없다.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밝히는 재판의 증언을 거부하는 등 박영수 특검팀의 강제구인 집행을 수 차례 거부한 바 있다. 피고인을 구속하는 중요한 목적이 ‘법정에의 출석 확보’라는 점에서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은 재판 지연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
공범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나 정호성 전 비서관 등은 모두 지난해 11월 구속된 뒤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돼 현재까지 구속돼있다. 사건의 중대성에 비춰 주범 격인 박 전 대통령만 풀어주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여전히 탄핵 무효와 무죄를 외치고 있다. 지금도 재판이 열리는 날에는 ‘태극기 부대’들이 법원 앞에 진을 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석방은 이들의 활동에 날개를 달아주고 ‘무죄’ 주장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게 뻔하다. 지지자들의 시위가 확산되는 등 사회적 불안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짙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법무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총 구금일수 147일 동안 148번의 변호인 접견을 했다. 서울구치소장과는 열흘에 한 번 꼴로 단독 면담을 했다. 일반 수용자들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황제 수용’ 생활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마당에 인권과 방어권 보장을 들먹이며 구속 연장 불가를 주장하는 것은 염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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