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의원선거(22일) 공식선거전이 10일 시작되는 가운데 두 명의 ‘2세 정치인’이 집권 자민당내에서 주가를 올리고 있다. 주인공은 ‘고노담화’로 유명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전 중의원의장의 아들인 고노 다로(河野太郞ㆍ54) 외무장관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차남으로 장래 총리후보로 꼽히는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ㆍ33) 자민당 수석 부간사장이다.
고노 외무장관은 치밀한 논리로 야당공격의 선봉에 서고 있다. 9일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전날 나가노(長野)현 오마치(大町)시 연설에서 그는 “평화안전법제를 반대한 민진당에 세금(정당교부금)이 배분됐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법률에 찬성하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의 ‘희망의당’후보로 출마하는 민진당 출신 인사가 있다”며 “(민진당에 남아 있는) 150억엔을 국고에 반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개혁파를 자처하며 탈원전 정책과 엄격한 행정개혁을 주장해왔지만 지난 8월 입각 후에는 지론을 접은 뒤 안정적인 외교업무 능력을 보여주며 당내 입지를 넓히고 있다.
고이즈미 부간사장은 뛰어난 정치감각과 순발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8일 도쿄 시부야(澁谷) 거리유세에서 “총리는 모리토모(森友), 가케(加計)학원 문제에서 기인한 엄중한 여론을 피하지 말고 위기를 기회로 바꿔달라”고 호소했다. 사학스캔들로 민심을 잃고 있는 아베 총리를 에둘러 비판하면서 차기 주자로서 여론관리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평이다. 최근엔 고이케 지사를 직접 공격했다. 고이케 지사가 총선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자 유세에서 “고이케씨가 나올까봐 벌벌 떨면 안된다”며 “나오면 좋겠다, 중의원에 출마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와 탈원전 공약으로 연대중인 고이케 지사가 “컁컁(개 짖는 소리) 떠들었지만 아버지(고이즈미 전 총리)와 약속한대로 나는 출마하지 않는다”고 발끈하자 이를 전해들은 고이즈미 부간사장이“나는 개를 좋아한다”고 능숙하게 받아쳤다. 고이즈미 부간사장의 열성지지자들은 인터넷 등에서 고이케 지사가 “아버지는 내 편인데 아이가 강아지처럼 짖는다고 바보 취급한 것”이라며 분노를 쏟아냈다.
이런 가운데 총선 판세는 아베 내각 지지율과 고이케 신당의 지지율이 동반하락하며 혼전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7, 8일 실시한 요미우리 조사 결과 아베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2%포인트 하락해 41%가 됐으며, 비례선거 투표정당 질문에 희망의당은 6%포인트 하락한 13%로 조사됐다. 자민당은 32%, 입헌민주당은 7%였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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