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에서 제1야당 대표로 변신한 홍준표 대표가 오늘 취임 100일을 맞았다. 홍 대표는 ‘보수혁신’ 기치를 내걸고 지휘봉을 잡았지만, 국정농단의 공동책임자인 한국당을 새롭게 탈바꿈시켰다는 긍정적 평가는 나오지 않는다. 안보 위기 속에 출범한 새 정부를 배려하기는커녕 국회 보이콧 등을 주도하며 대여 투쟁에만 골몰했다. 최근에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을 정치보복으로 몰아붙이며 날을 세우고 있다.
홍 대표는 9일에도 적폐청산과 관련, ‘정치보복 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전 대통령에 이어 전전 대통령까지 정치보복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정치보복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천명한다”고 했다. 한국당은 12일부터 실시되는 국정감사에서 여권의 언론장악 시도 등을 신(新)적폐로 규정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에 대한 재수사를 요구하는 등 역공을 편다는 계획이다. 검찰 수사가 박근혜 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로 확대되자 방어막 치기에 적극 나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범죄 혐의가 명백한 국기문란 행위까지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몰아붙이는 한국당 입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최근 국정원 자체 조사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명박(MB) 정부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 문화ㆍ연예계 블랙리스트, 박원순 제압 문건 등 정치개입 사건이 줄줄이 드러나고 있다. MB 정부 국정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후 노벨 평화상 수상을 취소해달라는 청원 계획을 세웠는가 하면,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논평을 내도록 보수단체에 청부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들 사건은 국민 세금으로 운용되는 국가기관이 특정 정파의 재집권을 위해 불법 정치공작을 자행했다는 명백한 증거다.
증거가 드러난 범법 행위에 대해선 철저히 수사해 엄벌하는 게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한다. 오해 소지가 있는 과거 정권 사건이니 그냥 덮고 가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더욱이 한국당은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의 댓글 공작과 블랙리스트 작성에 책임을 져야 할 한쪽 당사자다. 그런 당이 정치보복 운운하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재조사를 요구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한국당은 과거 정치공작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진실 규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검찰도 적폐청산이 자칫 정치보복으로 비치지 않도록 중립 의지를 갖고 조사에 임하기 바란다. 문 대통령이 지적했듯, 적폐청산의 목적은 과거 정권에 대한 처벌이 아니라, 그런 범죄가 가능하도록 한 구조를 바꾸고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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