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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드리머 줄 테니 멕시코 장벽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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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드리머 줄 테니 멕시코 장벽 달라”

입력
2017.10.0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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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취재에 응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취재에 응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법이민 청년들을 보호하는 대가로 의회에 초강경 반(反)이민 정책을 대거 입안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의회가 ‘미등록 이주자 청년 추방유예(DACA)’ 제도 대체 법안에 합의할 경우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합법적 이민자 수 감축 등에 동의해야 한다는 것인데, 벼랑 끝에 내몰린 DACA 수혜자들을 볼모로 자신의 대선 공약을 단번에 실현하려는 등 정치적 잇속을 챙기기 위한 시도라는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8일(현지시간) 의회에 DACA 대체 법안 협상에 최우선 순위로 논의돼야 할 이민 통제조치 목록을 비공개 편지 형태로 전달했다. 백악관이 작성한 목록에는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에 필요한 예산 확보뿐 아니라, 불법이민자를 보호하는 ‘피난처 도시’에 대한 연방정부 보조금 지원 중단, 아동 밀입국에 대한 단속 강화, 합법 이민 축소, 이민국 인력 1만명 증원 등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신에서 이같은 변화가 “이민 시스템의 허점과 취약성, 구태의연한 법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라며 의회 협조를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사실상 DACA 제도를 존속하는 데 대한 조건으로 해석되면서 협상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의회가 DACA 수혜자의 지위 문제를 해결하는 패키지 법안에 이번 개혁 조치를 포함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워싱턴포스트(WP)에 밝혔다. 그가 언급한 패키지 법안은 지난달 5일 트럼프 행정부가 DACA 폐지 계획을 발표한 이후 의회에서 협상 중인 국경 통제 관련 법안을 말한다. 당시 DACA의 폐지 결정으로 이른바 ‘드리머’로 불리는 10~20대의 불법이민 청년들이 추방 위기에 처하자, 민주당과 백악관은 “DACA 수혜자들을 보호하는 대신 국경 보안 강화 법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백악관은 이후 약 한 달 만에 각종 반이민 조치를 추가 조건으로 제시한 것이다.

특히 백악관 요구 목록에는 좀처럼 현실화되지 않던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대거 포함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목록의 맨 위에 오른 멕시코 장벽 예산은 지난 4월 미 의회의 2017 회계연도 예산안 합의 때에도 민주당이 ‘셧다운’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로 반대해 좌초된 바 있다. 피난처 도시 지원을 중단하고 합법 이민자 수를 줄이는 것도 모두 공약과 연계돼 있다고 한 백악관 고위 보좌진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새 제안으로 전방위 이민 개혁의 포석을 마련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WP는 “백악관은 DACA 존치 여부에 그치던 논쟁을 이민 체계 개혁 전반으로 확장했다”며 이민법 정비의 영향을 받을 불법이민자가 현재 1,100만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최악의 경우 정치권이 약 80만명의 드리머와 여타 불법이민자 사이 양자택일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DACA 폐지를 막기 위해 협상에 총력을 기울이던 민주당 지도부는 즉각 반발에 나섰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는 드리머를 돕거나 타협안을 찾는 길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이 목록은 우리가 합의했던 국경 보안 조치의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섰다”고 맹비난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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