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전화번호 사기범에 전달
저금리 대출 미끼로 보이스피싱
가상화폐로 돈세탁해서 빼 가
지난달 19일 택배를 사칭한 ‘[○○통운] 운송장번호 [69XXXX] 주소지 미확인. 반송처리. 주소확인’ 문자메시지가 무작위로 살포됐다. 여기에는 인터넷 주소(URL)도 있었다. 이 URL을 누른 이의 휴대폰은 곧 바로 악성코드에 감염됐고, 동시에 피해자의 전화번호가 사기범에게 전송됐다. 사기범은 다음날 피해자에게 연락해 “기존 대출금을 저금리로 바꿔주겠다”고 꾀었는데, 발신번호는 A캐피탈이었다. 피해자는 확인 차 기존 대출회사인 B저축은행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악성코드 탓에 이 전화 역시 곧장 사기범에게 연결됐다. B저축은행과 통화를 한 것으로 안심한 피해자는 결국 대포통장 계좌로 3,900만원을 보냈고, 사기범은 이 돈을 가상화폐 거래소 가상계좌로 옮겨 비트코인을 샀다. 이어 자신의 전자지갑으로 보내 현금화했다.
발신번호를 조작하고 가상화폐 계좌로 돈을 받아 가로채는 등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악성코드를 설치해 금감원 콜센터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피해 상담이 7월 이후 18건이나 접수됐다. 또 올 들어 보이스피싱 발신번호 1,652건 중 48%는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두 달간 가상화폐를 이용한 피해도 50건(피해금 35억원)이나 됐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주의' 단계의 소비자 경보를 발령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잘 알지 못하는 애플리케이션, 문자메시지는 악성코드가 숨겨져 있을 수도 있다”며 악성코드 감염을 방지하는 보안 앱을 권장했다. 금감원은 이 경우 발신번호 조작 가능성에 대비해 악성코드 감염 우려가 없는 유선전화 등으로 사실 여부를 확인할 것도 당부했다. 특히 가상화폐 거래소의 가상계좌로 돈을 요구하는 것은 무조건 의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