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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종교개혁 500주년과 기독교의 위상

입력
2017.10.0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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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에서 근세로 이행하는 15세기 격변기에 세 가지 주요 사건이 있었다. 동로마 제국 멸망과 구텐베르크에 의한 인쇄술 발명, 그리고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흔히 든다. 근세로 접어들면서 문예부흥으로 일컫는 르네상스와 개신교로 대표되는 종교개혁을 통해서 대다수 시민들의 의식 개혁으로 계몽 사회의 전성기가 된다. 바로 오는 10월 31일이 성직자 마틴 루터가 면죄부를 반박하면서 저항한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일종의 저항정신으로 상징되는 개신교(Prostestant)로서 한국 기독교의 현재 이전의 모습을 보자. 구한말 전파된 기독교는 일제 강점기 교육과 의료 등의 선교를 통해 민족의 등불로서, 그리고 주기철 목사 같은 훌륭한 독립유공자를 필두로 많은 목사와 신자들이 일제에 저항하는 데 앞장섰다. 한국전쟁 이후의 혼란기에는 사경회를 통하여 의식 개혁에 선봉에 섰으며, 그 이후 민주화 과정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한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런데 지금 주요 종교 가운데 기독교가 가장 하향세라는 점은 정부 공식 통계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기독교 내부에서 더 경보를 발하고 있다. 특히 1990년대의 인터넷 등 정보화 시대 이래로 그 점은 두드러지는 듯하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현재 진행되는 종교인 과세 문제를 보면서도 그에 대한 답이 나온다. 사회주의 국가가 아닌 한,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은 너무도 당연한 법칙인데, 종교 과세에 가장 저항을 하는 종교가 전반적으로 기독교라는 점에, 본인 역시 할아버지 때부터 교회에 빚진 자로서 이루 말할 수 없이 부끄럽다. 생각을 바꾸어서 다른 종교보다도 세금 납부에 앞장섰다면 얼마나 큰 박수를 받았을까. 바로 그렇게 할 때 기독교가 한반도에 전파된 이래로 지대한 영향을 미친 연속선상이었을 것인데, 납세 거부는 그러한 거룩한 정신과 정면 배치된다.

다른 종교라고 재정적으로 넉넉하거나 여유가 있어서 납세 문제를 수용하겠는가. 어떻게 보면 기독교보다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이제 기독교계가 세금 납부에 최선봉에 서서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고,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하는’ 살아 있는 기독교 정신을 보여야 한다. 그런 모습일 때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시절에 루터가 사회의 문제점을 개혁했던 모습의 연장이고, 초대교회 정신일 것이다. 또한 한반도에 전파 당시부터 면면히 이어온 자랑스러운 기독교 역사를 계승 발전시켜 나가고,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기념비적인 종교개혁 500년을 맞는 최소한의 자세일 것이다.

소수자에 대한 인권 측면에서 거론되는 동성애 문제 등도 현상을 백안시하고 무조건 반대하는 것만이 마치 성경적이고 모든 기독교 신앙의 전부인 시각에서 벗어나 시대를 선도하는 전향적 안목으로 그들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포용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러한 정신이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서 낮은 자, 없는 자, 아픈 자에 대해서 사랑의 손길을 보여 주셨던 구주 예수님의 말씀을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이다.

권율정 전북 장수 대성교회 성도(국립대전현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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