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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약 포기 감독을 단장으로… LG의 뒤숭숭한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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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약 포기 감독을 단장으로… LG의 뒤숭숭한 인사

입력
2017.10.0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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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에서 프런트의 수장으로 자리를 옮긴 양상문 LG 신임 단장. 연합뉴스
감독에서 프런트의 수장으로 자리를 옮긴 양상문 LG 신임 단장. 연합뉴스

KIA의 우승과 이승엽의 은퇴식이 수 놓은 정규시즌 최종일, 또 하나의 핫이슈가 야구계를 달궜다. LG가 류중일 감독을 신임 감독으로 선임하면서 재계약을 포기한 양상문 감독을 단장으로 ‘영전’시키는 초유의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물러나는 감독이 총 감독이나 고문으로 옮기는 전관예우 인사는 간혹 있었지만 프런트의 수장으로 자리를 바꿔 일선의 전면에 재배치되는 경우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다.

양 감독의 재계약 불발은 지난 시즌부터 감지됐다. 공감을 얻지 못한 팀 리빌딩의 과정에서 비롯된 불신과 소통 단절, 침체된 분위기의 책임을 묻겠다는 게 구단의 방침이었는데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와중에 4위에 올라 도중하차의 고비를 넘겼지만 계약 기간 마지막 해인 올 시즌에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마지노선으로 평가하려는 움직임이었다.

그래서 6위에 그친 양 감독의 ‘현장 퇴진’까지는 기정 사실로 여겨졌는데 최근 상황이 ‘묘하게’ 흘렀고, 이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것이 구단 안팎의 중론이다. 전직 LG 고위 관계자는 “(재계약 포기 감독의 단장 선임은)절대 LG그룹의 인사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이어 “구단 수뇌부가 ‘불편한 동거’를 감수하며 이런 희한한 안을 자발적으로 냈을 리도 만무하다”고 말했다. 정규시즌 최종전이 끝난 지난 3일 LG가 공식 발표하기 며칠 전부터 인사 내용은 구단 안팎에서 공공연하게 흘러 나왔다. 심지어 선수들 사이에도 정확한 사실이 퍼졌다. 감독이 교체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누가 올 것이다”라는 정도의 소문은 잇따르지만 현 감독이 단장으로 옮길 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는 추측하기 어렵다.

구단이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했다는 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감독에 대한 ‘실패’ 판정이다. 양 감독은 역대 LG 사령탑 중 이광환 전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긴 사실상 4시즌의 재임 기간을 보장 받았다. 리빌딩 과정의 논란을 차치하고라도 아직 결과물을 내 놓지 못했다는 것 자체로 실패다. 설령 ‘과정의 성공’이라 평가한다면 차라리 감독으로 더 기회를 주는 쪽이 그나마 설득력 있다.

도무지 타당한 배경을 이해할 수 없는 이번 인사에 외압ㆍ내압이 개입했다는 설이 파다한 이유다. 정치권 백그라운드를 둔 구단 내 ‘실세’로 통하는 코치의 ‘작품’일 것이라는 소문도 떠돈다. 동반 책임을 져야 하는 이 코치가 자신의 안위를 위해 양 감독을 단장으로 옹립했다는 것이다. 해당 코치는 시즌 내내 선수들에게 습관적으로 폭언과 조롱을 일삼는 등 안하무인으로 악명 높다. 구단 행정과 인사를 오랜 기간 지켜 본 전ㆍ현직 구단 고위관계자들과 대다수의 야구인들은 “지휘봉을 뺏어 불합격 판정을 내린 감독에게 차기 감독과 야구 철학을 공유해야 하는 단장직을 맡기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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