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 달리 외모에 집중된 여성 지칭어
‘개노답’ 등 비속어 신어로 버젓이 등록
‘남성은 완도남(아주 도시적인 남자), 여성은 청글녀(청순하고 글래머인 여자)?’
국립국어원이 성차별적 인식이 드러난 단어나 비속어를 신어로 등록한 반면 사회적 약자 관련 단어의 표준어 등재는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글날인 9일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립국어원으로부터 제출 받은 ‘신어자료 5개년(2012~2016년)’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국립국어원은 비속어, 비하어, 사회통념상 부적절한 어휘 등을 제외한 후 신어 목록을 작성한다고 밝혔지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신어가 수두룩하다는 지적이다.
먼저 남녀를 구분 짓는 성차별적 표현이 적지 않았다. 남성은 생활 형태 등에 집중해 긍정적인 이미지로 묘사한 단어가 주로 등록되는 반면 여성은 주로 외모에 관련된 표현이 주를 이뤘다.
예를 들어, 남성지칭어의 경우 신어로 열공남(열심히 공부하는 남자), 캐훈남(최고로 멋진 남자), 완도남 등이 등록돼 있는 반면 여성지칭어는 해돋녀(해변에서 돋보이는 여자), 화떡녀(화장으로 떡칠한 여자), 껌딱지녀(남에게 들러붙어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 여자), 청글녀, 애정결핍녀 등 외모를 평가하는 단어 위주였다.
또 표준어 등록에 있어서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성소수자’라는 단어는 1996년 처음 매체에 등장해 20년 이상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아직까지 등록돼 있지 않다. ‘이주노동자’ ‘발달장애’ ‘대안학교’ ‘트랜스젠더’ 등도 마찬가지다.
반면 무분별한 조어와 비속어는 버젓이 등록돼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비속어를 등록한 경우(‘개노답’ ‘개노잼’ 등)뿐 아니라, 한국의 사회 현상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어휘를 신어로 등록해놓은 경우도 있다. 볼펜쌓기(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놀이로, 귀여운 것을 추구하는 문화를 일컬음)나 프랫파티(미국대학 남학생 사교클럽의 사교파티) 등의 단어가 해당된다.
오영훈 의원은 “편리함과 유행을 좇기보다는 국립국어원 설립 취지에 따라 제대로 된 기준을 수립해 후대에 기록으로 남겨줄 우리말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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