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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인사이드] MBK가 7조에 산 홈플러스, 규제에 불황 겹쳐 재매각 불투명

입력
2017.10.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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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테스코가 키우다 경영난 봉착

MBK 인수 뒤 김상현 사장 취임

2년 투자해 시설ㆍ시스템 개선

대형마트 업황 갈수록 악화

정부 유통 규제정책 더해

분할 매각 카드도 쉽지 않아

홈플러스 강서 신사옥
홈플러스 강서 신사옥

“할인 행사가 거짓이면 언제든 사표를 던지겠다.”

지난 2015년 3월, 당시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은 한 달 사이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연달아 열고 과일 등 신선식품 500여 개와 생필품과 공산품 1,950개 등의 제품 가격을 연중 10~30% 할인해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다.

도 사장은 이 자리에서 “할인 행사를 위해 자체 마진 1,000억원을 포기하겠다”며 “할인 행사 비용을 협력사에 부담하는 등의 거짓이 드러나면 언제든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라고도 장담했다.

홈플러스의 파격적인 할인 행사 계획에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경쟁사들은 긴장했다. 홈플러스가 자체 마진을 포기하고 할인 행사를 계속 진행할 경우 수익성 지표는 악화되더라도 경쟁사 시장 점유율을 크게 빼앗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도 사장의 공격적 마케팅은 홈플러스 대주주인 영국계 유통회사 테스코가 경영난 타개를 위해 홈플러스를 내다 팔고 국내 시장에서 발을 빼려 한다는 ‘매각설’도 단박에 잠재웠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사장에 취임한 지 2년 넘게 언론에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도 사장이 한 달 사이 두 번이나 기자회견을 연 것은 당시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며 “연중 할인 행사가 계속 이어질지에 대한 업계의 의구심이 이어졌지만, 테스코가 최소한 홈플러스를 당장 매각하지 않을 거라는 시그널은 시장에 확실히 줬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과 달리 테스코는 같은 해 9월 홈플러스를 국내 사모펀드 MBK에 매각한다. 진정성 의심을 받았던 도 사장의 파격 할인 행사도 도중에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홈플러스에 근무했던 한 임원은 “매각가가 7조원을 넘는 홈플러스 매각딜이 실제 이뤄질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기존 경영진을 포함해 당시 많지 않았다”며 “MBK는 인수 후 3개월 만에 도 사장을 김상현 현 사장으로 교체하는 등 테스코 색깔 지우기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고 말했다.

삼성이 세우고 테스코가 키운 홈플러스

홈플러스는 1997년 삼성물산이 대구 북구 칠성동에 1호 점포를 내면서 시작됐다. 삼성은 1999년 부산에 2호점을 낸 뒤 유통 전문 회사 노하우를 빌리기 위해 같은 해 5월 테스코와 손잡고 51대 49의 합작투자로 ‘삼성테스코’를 설립한 후 본격적으로 점포를 늘려간다.

홈플러스는 초기 대구와 부산 등 영남지방을 집중 공략하며 수도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이마트와 직접적 경쟁을 피한다. 하지만 2008년 이랜드가 운영했던 대형마트 ‘홈에버’를 인수한 뒤에는 수도권으로도 사세를 넓히며 국내 대형마트 2위 자리를 확실히 꿰차게 된다.

그사이 홈플러스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생겼다. 대주주인 삼성물산이 유통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하면서 2011년 합작법인 지분을 테스코에 모두 넘기고 홈플러스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글로벌 유통회사인 테스코에 홈플러스가 남다른 의미를 가지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홈플러스는 테스코 글로벌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최대 규모 해외 자회사로 성장하면서 테스코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는다. 테스코는 2010년 약 650억원을 들여 인천 무의도에 테스코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2011년에는 당시 홈플러스 부사장이었던 도성환 씨를 테스코 말레이시아 최고경영자(CEO)로 임명하는 등 한국 우선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영국 테스코 본사는 한국 홈플러스의 성공을 높게 평가해 영국에 ‘테스코 홈플러스‘라는 이름의 대형매장을 10여개 운영하기도 했다”며 “한국인 경영자를 해외 자회사 CEO로 이례적으로 발령 낸 것도 홈플러스의 성공을 해외로 전파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테스코의 홈플러스 사랑은 4년이 채 이어지지 못했다. 2014년 터진 테스코의 회계부정 사건으로 테스코가 경영난에 빠지면서 최대 해외법인인 홈플러스 매각설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2015년 1월 데이브 루이스 당시 테스코 최고경영자(CEO)는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를 당장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그해 9월 홈플러스는 국내 사모펀드인 MBK에 결국 매각됐다.

IB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매각가는 약 7조2,000억원으로 당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M&A 역사상 최대 규모의 딜 이었다”며 “다소 높은 매각가에도 인수자가 나타난 상황에서 테스코는 홈플러스를 매각하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현 홈플러스 사장
김상현 홈플러스 사장

재매각 어려워지는 홈플러스

사모펀드 MBK의 홈플러스를 인수를 가장 반대했던 곳은 홈플러스 노동조합이다. 당시 노조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MBK는 홈플러스를 조만간 시장에 쪼개서 내다 팔 것”이라며 “MBK는 홈플러스 성장에 관심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MBK는 “향후 2년 동안 홈플러스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해 회사를 성장시키겠다”며 최소 2년 간은 홈플러스를 매각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MBK가 지난 2년간 약속대로 홈플러스에 1조원 이상을 투자했는지는 구체적 확인이 어렵다. 투자재원으로 직원을 추가 채용하거나 연구개발(R&D)센터 등을 직접 건설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테스코가 홈플러스를 팔기 1, 2년 전부터 회사에 거의 투자를 하지 못해 매장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MBK가 인수한 후에는 노후화된 매장 시설과 시스템 개선 등이 상당히 이루어진 만큼 투자 약속은 지켜졌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투자 여부를 떠나 MBK가 대주주가 된 2015년 이후 홈플러스는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장기적인 내수 부진과 정부의 강력한 유통 규제 정책 등으로 홈플러스 매출은 2014년 8조 6,536억원에서 지난해 7조 9,334억원으로 9% 감소했다. 특히 대형마트 출점을 제한한 유통산업발전법으로 지난 2년간 홈플러스의 신규 점포는 고작 2곳 늘어나는 데 그쳤다. 여기에 개인정보 판매와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으로 전ㆍ현직 임직원이 재판을 받으며 회사 이미지도 악화됐다.

향후 홈플러스 재매각에 나서야 하는 MBK에는 우호적인 환경이 아닌 셈이다. 특히 대형마트 업황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7조원 이상의 거대 매물을 사겠다는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은 것도 MBK의 고민이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가 풀리면 모를까, 이제 대형마트 전성기는 지나갔다고 보는 게 대체적 시각”이라며 “7조원 이상을 들여 대형마트를 하려고 하는 인수자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IB업계에서는 MBK가 향후 홈플러스를 쪼개 파는 엑시트(투자금 회수) 전략을 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덩치가 큰 홈플러스를 한꺼번에 팔기 어려우니 지역별로 점포를 묶어 분할 매각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실제 테스코가 홈플러스 매각을 시도할 당시 국내 주요 유통기업들은 홈플러스 수도권 점포 분할 매각에 관심을 보였었다. 하지만 이 경우 지방 등 비인기 지역 점포를 매각하기 더 어려워져 MBK가 분할 매각 카드를 꺼내기 쉽지 않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MBK는 코웨이 등 덩치 큰 기업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홈플러스를 장기간 들고 있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MBK가 홈플러스를 포함해 조만간 덩치 큰 기업 1~2개를 재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거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라고 말했다.

민재용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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