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해법을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간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미 행정부 수뇌부의 이런 불협화음은 북한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고, 한미일 공조에도 균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자못 걱정스럽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1일 중국을 방문해 “북한과의 직접대화 채널 2, 3개를 열어두고 대화를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곧바로 트위트를 통해 “꼬마 로켓맨(김정은)과의 협상노력은 시간 낭비”라며 공개적으로 틸러슨 장관에게 면박을 줬다. 며칠 뒤에는 틸러슨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비난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틸러슨 장관이 이를 해명하는 긴급회견을 갖는 해프닝까지 빚어졌다. 이 자리에서 틸러슨 장관이 “대통령에 대한 헌신”을 재차 다짐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완전히 신임한다”고 밝혀 봉합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북핵 해법에 대한 두 사람의 인식 차가 너무 커 끝까지 함께 하기는 어려우리란 전망이 무성하다.
두 사람의 대북 엇박자는 틸러슨 장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거듭됐으나 ‘압박(트럼프)과 관여(틸러슨)’역할분담이라는 선의의 해석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리 보기에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 자세가 심상치 않다. 틸러슨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도 전에는 볼 수 없던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백악관에서의 군 수뇌부와의 회의 뒤 현재가 “폭풍 전의 고요”라고 말했다. 폭풍이 무슨 뜻인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대화를 의미하지 않는 것만은 분명하다. 7일에는 틸러슨 장관에 대해 “일부 사안에서 이견을 보인다. 그가 좀 더 강경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이 틸러슨 장관의 후임으로 대북 강경파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총애한다는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추천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온다.
지금 한반도는 살얼음판을 걷는 긴장 국면의 연속이다. 북한 노동당 창건일인 10일을 전후해 김정은이 미국 서부해안까지 도달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감행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2기를 알리는 18일 제19차 전국대표대회에서 한반도 정책에 대한 중대한 정책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소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중국 일본을 순방하는 11월 초까지는 북핵을 둘러싼 이해 당사국의 외교전이 숨가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노벨위원회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반핵단체인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을 선정하면서 북한을 언급한 데서 보듯, 북핵은 이제 전세계 최우선 안보우려 사안이다. 북핵 문제가 경제ㆍ외교적 압박에서 군사적 충돌까지 불사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고, 북미 간 대화로 극적인 국면 전환이 이뤄질 수도 있다. 북핵 문제의 완전하고도 평화로운 해결을 위해서라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혼선이 하루빨리 바로잡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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