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 중의원 총선을 앞둔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거리유세장을 찾는 곳곳에서 총리사퇴 요구와 야유에 시달리고 있다. ‘사학스캔들’ 국회심의를 앞두고 중의원해산을 강행한 데 따른 후유증이자, 5년 간의 아베 정권 심판여론이 꿈틀대는 징조로 해석된다.
7일 도쿄 인근 지바(千葉)현에서 진행된 거리연설에서 아베 총리가 북한에 대한 압박 강화를 역설하는 순간 청중 일부가 “아베!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에 아베 총리는 “나는 결코 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여 정면 대응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인근 가시와(柏)역에서도 “이번 선거는 매우 어려운 선거다. 우직하게 성의를 갖고 정책으로 승부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지만 청중 30여명이 “모리토모(森友), 가케(加計)학원 문제를 해명하라”고 맞섰다. 연설에서 아베 총리는 사학스캔들 얘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청중 사이에서는 “아베! 퇴진하라”는 구호가 내내 이어졌다.
5,6일에는 총리 측이 연설일정조차 공표하지 않아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북한발 위기국면이어서 일정 확정이 직전에야 이뤄진다고 설명했지만 많은 사람을 모아야 하는 유세 스케줄을 알리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란 반응이다. 일정을 공개하지 않았음에도 5일 지바(千葉)현 유세장에는 “아베를 지지합니다” “자민당밖에 없다”는 플래카드를 든 사람들이 진을 쳤고, 이들이 “국난돌파 해산”을 연호하자 뒤쪽에서 “거짓말에 속지 말라”는 야유가 쏟아졌다.
5일 오후 가와사키(川崎)시 신유리카오카역 유세는 갑자기 네 정거장 떨어진 무코가오카유엔역으로 장소가 변경되기도 했다. 총리가 지원유세를 하러 온다고 알려지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야유하러 가겠다”는 글이 잇따르자 이에 따른 조치로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공산당 고이케 아키라(小池晃) 서기국장은 “야유에 도망가는 사람은 총리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아베 총리의 ‘유세장 몸사리기’는 지난 7월 1일 도쿄도의회선거 때의 트라우마 때문이란 평가다. 도쿄 아키하바라(秋葉原) 연설 중 “물러나라”는 야유가 나오자 “이런 사람들에게 질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 장면은 정권을 비판하는 국민을 편가르는 장면으로 각인되면서 선거참패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이런 가운데 자민당의 총선안보공약에는 한반도 위기를 상정한 주한일본인 구출ㆍ피난대책 강화안이 담겼다. 외국에서 전쟁ㆍ테러 등 긴급사태가 발생할 경우 자위대의 일본인 구출을 하나의 사례로 제시했다. ‘북풍 안보선거’로 치르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셈이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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