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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러슨 위상 위태위태

입력
2017.10.0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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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불화설 수습했지만

“좀 강경했으면 좋겠다” 여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7일 노스캐롤라이나주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7일 노스캐롤라이나주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 AFP 연합뉴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여러 차례 미국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 강성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코드가 다른 대화 메시지를 내놓는가 하면, 그가 공식 석상에서 대통령을 ‘멍청이(moron)’라고 불렀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기 때문이다. 백악관과 국무부 모두 공식적으로는 두 사람의 불화설을 부인하지만, 미 언론에서는 양자의 ‘불안한 동거’가 얼마나 이어질지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한 중동 국가들의 이라크 단교 사태, 8월 대북 정책을 놓고 서로 다른 발언을 했던 두 사람의 엇박자는 이달 들어 두 차례나 수면 위로 드러났다. 1일(현지시간) 북한과 직접 대화의사를 타진하고 있다는 틸러슨 장관에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에너지를 아껴라”라며 공개 면박을 준 것.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3일 “트럼프 대통령 언급과 틸러슨 국무장관 행동 간에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며 진화에 나선 사이 이튿날인 4일 지난 7월 트럼프 내각 관계자들과 회의를 하면서 틸러슨 장관이 대통령을‘멍청이’라 불렀고 같은 달 말 사퇴하려 했다는 미 NBC 방송 보도가 나오면서 워싱턴은 발칵 뒤집혔다. 틸러슨 장관은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대통령에 대한 나의 헌신은 강하다”고 반박하고 트럼프 대통령도 해당보도를 ‘가짜뉴스’라고 몰아붙이는 등 불 끄기를 시도했지만 불화설은 좀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발언 직후 “(틸러슨이) 얼마나 더 장관직을 수행할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고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6일 대통령 측근들이 대북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틸러슨 국무장관 교체카드로 제안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매체는 “틸러슨이 ‘멍청이’발언을 즉각 진화하지 않아 트럼프가 격노했으며 둘의 관계는 수습 불능 수준에 이르렀다”는 백악관 소식통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ABC 방송은 ‘멍청이’ 보도 이후 트럼프와 틸러슨 모두 갈등설을 수습했지만 ▦대북 정책 ▦이란 핵협정 ▦중동 위기 대처 ▦샬러츠빌 사태 등 인종문제 등 4대(大) 이견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틸러슨의 불안한 위상이 북핵 대응 등 미국의 주요 대외정책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틸러슨 장관에 대해 “몇 가지 이견이 있지만 우리 관계는 좋다”면서도 “좀더 강경했으면 좋겠다”고 평가해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렉스 틸러슨 미 국무 장관이 지난 5일 국가 우주 회의 참석 도중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챈틸리(미 버지니아주)= AP 연합뉴스
렉스 틸러슨 미 국무 장관이 지난 5일 국가 우주 회의 참석 도중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챈틸리(미 버지니아주)=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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