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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에너지 세제개편의 최우선 과제

입력
2017.10.0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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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제기된 경유 등 수송용 유류세제 개편이 우여곡절 끝에 공청회를 제대로 거치지도 못한 채 없던 일로 되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경유를 비롯한 수송용 유류에 대한 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고, 심지어 경유차를 퇴출하고 그 대신 전기차를 보급하자는 제안도 있다. 경유 등 수송용 유류가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오염을 유발하기 때문에 운행 억제와 오염 저감을 위한 세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그 자체로 일리가 있다.

하지만 수송용 유류를 포함하여 에너지 전체를 놓고 과세 문제를 따져보면 수송용 과세가 에너지 세제개편의 핵심이자 최우선 과제일 수는 없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정부 발표에 따르면 수송용 세제 특히 경유세율을 인상하더라도 미세먼지 저감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 미세먼지는 경유 승용차보다 건설기계(불도저, 굴삭기), 대형 화물차 등이 압도적으로 많은 양을 배출하며, 이들 차량은 세율 인상으로 가격이 오르더라도 운행을 줄이거나 일부에서 제안하듯 전기차로 대체하기도 어렵다. 더구나 미세먼지 유발이 가장 큰 화물차에 대해서는 현재 세율을 상당히 낮춰두어 경유세율의 인상논리 자체가 매우 군색하다.

둘째, 지금까지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경유차보다 석탄발전소가 더 많이 유발한다.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에 대한 비용부담 차원이라면 경유보다 오히려 석탄의 세율인상이 더 타당하다. 더구나 현재 수송용 유류는 여러 가지 세목(교통에너지환경세, 주행세, 개별소비세, 교육세 등)의, 적지 않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종에너지소비(나프타 등 원료 제외)에서 수송용 유류와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수송용 유류는 에너지관련 세수(2016년 기준 약 27조)의 85%를 부담하는 반면 이보다 더 많은 환경 부담을 유발하는 발전용 연료는 약 10%만 부담한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배출이 많은 석탄의 경우 최근의 세율 인상에도 여전히 과세가 미흡한 수준이고, 원전 연료인 우라늄은 어떤 세금도 부담하지 않는 면세 혜택을 누리고 있다.

물론 수송용 유류는 수송활동에 국한되어 있고, 전력은 모든 경제 활동에 사용되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서 산업 활동과 물가 안정을 위해 수송용 유류보다 발전용 연료에 더 낮게 과세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석탄과 우라늄 등 발전용 연료에 대한 세제 우대와 면세 조치로 전력요금이 OECD 국가에 비해 낮게 유지되어 왔다. 이로 인해 과거 고유가 시기에 공장, 사무실, 가정에서 최고급의 에너지인 전력을 유류 대신 공정열과 난방에 사용하는 비효율적인 전력소비가 발생했고, 이제는 취사(인덕션)와 자동차(전기차)까지 전력을 사용하는 상황이 되었다. 일부에서 경유차의 대안으로 자주 언급하는 전기차도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석탄발전에 의해 충전되는 한 ‘석탄차’이지 친환경차로 보기 어렵다.

이렇게 우리나라는 세제 우대와 면세로 인해 저평가된 전력요금이 우리 경제 수준에 비해 과도한 전력소비를 유발하고 늘어나는 전력소비를 계속 저렴한 비용으로 공급하기 위해 석탄발전이나 원전을 확대하는 방식을 반복해 왔다. 이것이 바로 최근 ‘탈석탄/탈원전’ 문제를 유발한 배후 요인이기도 하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전기를 절약하고 안전하고 깨끗한 전력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전기소비를 절약하면서 석탄발전과 원전의 점진적인 축소가 필요하다. 이러한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경유 등 수송용 유류보다 과도한 환경 부담을 유발하면서도 세제 우대를 받아 온 발전용 연료에 과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유세’ 논란보다 ‘탈원전, 탈석탄’ 논란이 더 큰 사회적 반향을 부르듯, 에너지 세제개편 역시 수송용보다 발전용이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 에너지 패러다임의 전환과 혁신이란 측면에서도 후자의 중요성은 전자에 비할 바가 아니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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