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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폭풍 전의 고요’ 발언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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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폭풍 전의 고요’ 발언 논란 확산

입력
2017.10.07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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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째 “알게 될 것”이라며 구체적 답변 회피

백악관 대변인도 갈팡질팡… 명쾌한 해석 못해

북한ㆍ이란 등 겨냥설에 “리얼리티 쇼맨십” 분석

전문가들 “제발 그만하라” “무책임한 발언” 비판

6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히스패닉 헤리티지 먼스 행사 도중 연설하고 있다. 왼쪽은 그의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AP 연합뉴스
6일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히스패닉 헤리티지 먼스 행사 도중 연설하고 있다. 왼쪽은 그의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폭풍 전의 고요(the calm before the storm)’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군 수뇌부와 북한ㆍ이란 문제를 논의한 뒤 그는 단체 사진촬영 때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는가”라면서 문제의 언급을 하고는 구체적 설명은 하지 않았는데, 6일에도 명확한 답변을 회피하면서 우려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5일, ‘폭풍 전의 고요’ 발언에 대해 기자들이 “이란? 이슬람국가(IS)? 어떤 폭풍인가”라고 묻자 답변 대신 회의 참석자들을 가리키며 “이 방에 세계 최고의 군인들이 있다”고만 말했다. 당시 회의에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4성 장군 출신인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 폴 셀바 합참차장 등이 참석했다. 질문이 이어졌지만, 그는 “알게 될 것”이라고만 답했을 뿐 더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6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모호한 태도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백악관에서 제조업 선포식 행사장으로 향하는 그에게 기자들은 관련 질문들을 던졌지만, 돌아온 대답은 “알게 될 것”이라는 말뿐이었다. ‘군사적 행동 외에 다른 것을 뜻하는가’라는 물음에도 그는 “두고 보자”라고 한 뒤, 자리를 떴다. ‘두고 보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회피할 때 쓰는 표현이다.

백악관 참모들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WP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에게 쏟아진 질문 중에서 4분의 1이 ‘폭풍’의 의미를 묻는 것이었으나, 그가 미국의 전쟁 가능성을 우려하는 미국인들에게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먼저 “대통령은 무엇을 할지 미리 말하지 않는다”고 했고, ‘농담한 것이냐’는 질문에도 “미국인들을 보호하는 대통령을 극도로 심각히 여기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북한? 그게 폭풍이냐”는 추가 질문에도 그는 “한 예를 들었을 뿐이다. 말썽꾼들이 많다. 북한, 이란 등 여러 예가 있다”고 답하는 등 구체적 답변을 피하면서 말을 요리조리 돌리기만 했다.

미 언론에서는 매우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란 핵 합의안 파기 수순 ▦IS 에 대한 공세 강화 ▦북한 또는 시리아와 관계된 행동 ▦미국에 접근 중인 허리케인 ‘네이트’ ▦아무 의미 없는 말 등의 설이 나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단은 다음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핵협정 ‘불인증’을 선언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직후라는 점에서 이와 관련한 발언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와 함께, 그가 북한을 겨냥해 “독재정권이 우리나라와 동맹국에 상상할 수 없는 인명손실을 가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여러분이 내게 폭넓은 군사옵션을 제공하길 기대한다”고 말한 군 수뇌부 회의 직후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대북 압박용이라는 관측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리얼리티쇼 호스트의 습성을 내보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CNN 방송은 “트럼프가 잠재적 전쟁을 리얼리티쇼의 클리프행어(cliffhangerㆍ매회 아슬아슬한 장면에서 끝나는 연속 드라마나 쇼)처럼 다룬다”면서 북한과 이란 상황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면서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리얼리티쇼 스타 출신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해당 발언도 의도적일 것이라고 한 뒤, “이런 쇼의 목표는 항상 드라마를 만들어 사람들이 계속 시청하게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국제사회의 주목을 끌기 위한 전략일 것이라는 얘기다. 트럼프 전문가인 티모시 오브라이언도 WP에 트럼프 대통령을 “계속 리얼리티 TV 속에 사는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미사일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연구원은 트위터를 통해 “제발 그만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잘못된 시기에 내뱉은 이런 종류의 뚜렷한 목적도 없는 위협 때문에 한반도에 예상치 않은 확전이 촉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괜한 말 때문에 북한의 ‘오판’을 유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리언 파네타 전 미 국방부 장관도 CNN 인터뷰에서 “그런 말이 전임 대통령(버락 오바마)의 입에서 나왔다면 진짜로 걱정했을 것”이라며 “트위터를 하는 대통령이 이제 육성으로 직접 트윗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사람들은 이제 그런 말을 국가정책 천명이 아니라, ‘관심을 끌려는 행동’으로 간주하기 시작한다”면서 “그것은 책임감 있는 행동이 아니고, 현재로선 우리 모두 한숨을 쉬면서 트럼프가 관심을 얻으려 장난을 친 것이라고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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