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운업 불황 여파로 우리나라 운송수지 적자 수준이 사상 최대치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한국은행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운송수지(수입액-지급액)은 29억5,110만 달러(약 3조3,83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운송수지 수입액은 166억5,990만 달러, 지급액은 196억1,1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한국은행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0년 이후 사상 최대 규모 적자다. 운송수지에는 선박ㆍ항공기의 여객ㆍ화물 운송비와 항구ㆍ공항에서 제공한 서비스 비용 등이 포함된다.
운송수지는 2000년대부터 본격 호황을 맞아 2012년 101억7,740만 달러로 최대 흑자를 기록할 정도로 서비스수지 부문 ‘효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세계경제 성장 둔화, 해운업 불황 등으로 흑자 폭이 지속적으로 줄었고, 지난해 6억2,840만 달러 적자로 1996년 이후 20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최대 국적 선사 한진해운 파산은 전체 해운업 경쟁력 하락에 직격탄이 됐다. 올 8월까지 해상운송수지 적자는 24억9,030만 달러다. 노충식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최근 국제수지 설명회에서 운송수지 적자에 대해 “해운업계의 어려운 업황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해운업계 전망도 부정적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가 최근 국내 101개 해운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해운업 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9월 BSI는 84로 여전히 100을 밑돌고 있다. BSI는 기업의 체감 경기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100 이하면 경기 호전보다 악화를 예상한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는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해외여행 증가로 항공운송수지까지 적자를 키우고 있다. 1~8월 항공운송수지 적자는 2억2,890만 달러를 기록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