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와 호흡 맞춰가면서
대권 주자로 확실한 입지 구상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석 전후로 내년 지방선거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최근 3선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확인됐다. 당선이 된다면 민선 서울시장 최초 3선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박 시장은 연휴 기간 동안 휴식을 취하며 시정 구상과 함께 앞으로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도 숙고 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의 한 측근은 지난달 29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3선 출마 결심이) 바뀔 가능성은 없다”고 박시장의 내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여론조사에서 보듯이 명분은 충분하다”며 “다만 결심을 밝히는 시기가 연휴 직후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12일부터 시작되는 국감 일정으로 바쁜데다, 평소 업무 과중을 호소하던 예산과 직원이 얼마 전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뒤숭숭한 내부 분위기를 수습하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그간 3선 도전 여부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견지해 왔다. 차기 대권 주자로 올라서려면 중앙 정치 경험이 있어야 한다며 재보선에 출마하라는 권유도 있었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원내 진출을 통해 취약한 당내 기반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3선 도전으로 마음이 기운 것은 문재인 정부와 호흡을 맞추면서 연속적으로 서울시정을 운영해 가시적인 성과를 만드는 게, 대권 주자로 올라서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새 정부 들어 서울시 정책의 상당 부분이 주요 국정 과제로 채택됐고, 박 시장의 사람들도 청와대 요직에 진출하는 등 주변 환경은 이미 박 시장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대내외적 평가다.
박 시장의 서울시는 이전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와는 다방면에서 불협화음을 보여왔다. 대표적인 사안이 청년수당 도입을 둘러싼 공방이다. 서울시와 복지부는 이를 두고 소송전까지 벌였으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입장이 선회하면서 상호 소송을 취하했다. 최근에는 MB 정부 당시 국정원이 ‘박원순 제압 문건’을 만들어 박 시장을 조직적으로 음해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박 시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고소한 상태다.
박 시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28일 tbs 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명박 전 대통령을 고소한 이유가 3선을 위해서 제물로 삼은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그분들이 진짜 민심을 잘 모르시는 것 같다. 제가 전직 대통령을 제물로 삼을 만큼 서울시장을 잘 못해오지 않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한편 박 시장이 3선으로 가는 길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 선거를 ‘미니 대선’이라고 부르는 만큼, 이를 두고 민주당 내 경선부터 치열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재 여권에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우상호 전 원내대표, 박영선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야권에서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 자유한국당의 나경원, 김성태 의원이 후보군으로 오르내린다.
박 시장은 2일 쪽방촌 주민들의 고향 방문 길을 배웅하는 일정을 끝으로,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독서를 하며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간’과 ‘도시’를 키워드로 ‘한국이 싫어서’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기형도 전집’을 읽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 시장은 “추석 연휴 독서를 하면서 동시대인의 삶에 공감하고 도시문제의 해법과 일상의 민주주의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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