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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채용 때면 빗발치는 높은 분들의 청탁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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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채용 때면 빗발치는 높은 분들의 청탁전화

입력
2017.10.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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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채용 10] [저작권 한국일보].1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를 찾은 청년들이 현장면접을 보고 있다./배우한 기자 /2017-09-13(한국일보)
[금융채용 10] [저작권 한국일보].1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를 찾은 청년들이 현장면접을 보고 있다./배우한 기자 /2017-09-13(한국일보)

“개인에겐 채용비리가 가장 큰 적폐다.”

최근 공공기관의 채용 비리 사건을 다룬 기사에 달린 베스트 댓글입니다. 가고 싶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수년씩 자신의 젊음을 쏟은 취업준비생들 입장에선 당연한 반응이죠. 채용 과정만 공정했더라면 결코 합격하지 못했을 이들이 누구의 아들, 누구의 지인이란 이유로 자리를 꿰차면서 당연히 합격했어야 할 이들이 떨어지는 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팍팍한 현실 속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자식들에게 그저 ‘힘내란’ 말 밖엔 특별히 해 줄 게 없던 부모들도 참담하긴 마찬가지일 겁니다.

누군가의 시간과 땀을 헛일로 만들어버리는 채용 비리는 반드시 사라져야 합니다. 워낙 파장이 커서 그런지 최근 채용 비리에 얽힌 기관들도 발 빠르게 채용 비리 근절 방안을 내놓고 있습니다. 물론 앞으로 채용 비리가 완전히 없어질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하지만요.

그러나 아무리 촘촘한 채용 제도를 마련해도 정작 청탁 전화를 막지 못하면 결국 같은 사건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최근 터진 채용 비리 사건의 출발 역시 바로 청탁 전화였습니다. “서류 전형에 붙었는지 알아봐 줄 수 있을까”로 시작된 부탁은 막판 “신경 좀 써줘”로 바뀌고 채용 담당자는 이러한 청을 뿌리치지 못해 결국 채용 비리로 이어진 정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채용 비리가 드러나지 않았을 뿐 이 같은 청탁 전화 관행이 꽤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고 지금도 여전하다는 데에 있습니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채용 비리 사건이 잇따라 드러나 물의를 빚었죠. 지난 14일엔 김수일 전 부원장과 이상구 전 부원장보가 2014년 경력직 변호사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경력도 없는 임영호 전 의원의 아들을 특혜 채용한 혐의로 법원에서 실형을 받았습니다. 최근엔 인사담당 국장이 지난해 신입직원 채용 당시 청탁을 받고 당초 채용계획까지 바꿔 점수가 낮은 지원자를 합격시켰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까지 나왔습니다.

과거 금감원에서 인사를 담당했던 한 임원은 이번 채용 비리 사건을 두고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말을 했습니다. 당시 본인이 금감원에 있을 때도 채용 때만 되면 청탁 전화가 빗발쳤다는 겁니다. 이 관계자는 “신입ㆍ경력을 선발할 때면 국회, 청와대, 정부할 것 없이 ‘신경 좀 써달라’는 전화가 쏟아져 업무를 보기 어려울 지경이었다”며 “청탁을 들어줄 순 없고 상대방의 면을 생각해 채용이 끝나면 ‘살펴봤는데 결국 떨어졌더라’는 식으로 에둘러 얘기해야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금감원만 그런 걸까요. 다른 기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 금융기관은 몇 년 전부터 서류전형 등은 외부기관에 맡겨 처리하고 있습니다. 굳이 본인 회사 직원을 뽑는데 왜 채용 첫 단계를 외부기관에 맡기는 걸까요. 이 기관 관계자는 “기관이 작아 연간 10명 안팎 밖에 뽑질 못하는데도 채용 때만 되면 청탁 전화가 너무 많이 와 혹시라도 추후에 문제가 될까 싶어 채용 일부 과정을 외부기관에 위탁하게 된 것”이라며 “작은 기관도 이런데 다른 공공기관은 오죽할까 싶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런 일화도 들려줬습니다. 과거 한 금융기관의 A수장과 차를 함께 타고 가고 있는데 A수장에게 국회의원 전화가 왔다는 겁니다. 대화 내용은 정확하게 알 수 없었지만 A수장은 “의원님 말씀대로 인사 때 챙겨보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고 합니다. 인사 청탁 전화였던 거죠.

최근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 인사담당자 3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취업 청탁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이 40.7%나 됐습니다. 이 가운데 반 정도인 48.8%는 ‘실제로 채용에 도움을 줬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겉으로는 공정한 채용 제도를 운영하는 듯 하지만 실상은 청탁 전화로 합격자 명단이 바뀌는 일이 비일비재한 겁니다.

그래서 채용 제도를 촘촘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채용 청탁 전화를 완전히 없앨 방법을 찾는 게 더 급선무란 생각이 듭니다. 김영란법(청탁금지법)으로 채용 청탁 전화도 처벌할 수 있긴 하지만, 근본 방안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건 소위 권력 좀 있다며 으스대는 분들의 의식개혁입니다. 최근 드러난 채용비리도 사회 고위층의 청탁 전화로 시작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아직도 ‘내 말 한마디면 무조건 합격이야’라는 의식 수준을 가진 분들은 잠시는 통할지 몰라도 끝은 좋지 않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합니다. 최순실씨의 인사 청탁을 받고 한 시중은행 인사에 개입했던 B씨는 결국 해당 기관에서 가장 빨리 옷을 벗은 인물로 기록되는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사기꾼의 목소리를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는 것처럼 채용 청탁을 한 사람의 목소리도 공개하도록 하면 좀 줄어들지 않겠냐”는 제안도 했습니다. 괜찮은 아이디어란 생각이 들면서도 이렇게까지 해야 채용의 공정성을 지킬 수 있는 건가 싶어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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