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에 광풍을 몰고 온 거스 히딩크(71)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과 대한축구협회가 드디어 만난다. 지난 달 초 한국 축구가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을 확정한 직후부터 터져 나와 한 달 이상 지속된 ‘히딩크 논란’이 어떤 결말을 맺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축구협회 측과 히딩크 감독은 7일 오후 11시(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VEB 아레나에서 열리는 한국-러시아의 평가전에 앞서 회동할 계획이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7일 “히딩크 감독과 러시아전이 열리기에 앞서 경기장에서 직접 만날 예정”이라며 “면담을 통해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결론을 지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일은 히딩크 재단의 노제호 사무총장이 지난 달 6일 한 언론을 통해 “히딩크 감독이 국가대표 사령탑을 맡을 의향이 있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어 히딩크 감독이 네덜란드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축구를 위해 도움을 줄 용의가 있다”고 애매모호하게 말하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이 과정에서 노제호 총장이 김호곤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에게 지난 6월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가 공개되기도 했다. ‘부회장님, 2018 러시아월드컵 한국 국대감독을 히딩크 감독께서 관심이 높으시니 이번 기술위원회에서는 남은 두 경기만 우선 맡아서 월드컵 본선진출 시킬 감독 선임하는 게 좋을듯합니다. 월드컵 본선감독은 본선 진출 확정 후 좀 더 많은 지원자 중에서 찾는 게 맞을 듯해서요’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기술위원장이 아니었던 김호곤 부회장은 문자 메시지를 공식 제안으로 생각하지 않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는 이후 “이걸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 감독을 맡겠다고 공식 제안한 것처럼 말하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팬들은 히딩크를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영입하라는 목소리를 줄기차게 쏟아냈고 기술위원회는 “감독 교체는 없다. 신태용 감독으로 러시아 월드컵을 치른다”고 못박으며 “히딩크 감독에게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맡아달라는 의견은 전달했다”고 밝혔다. 기술위에 따르면 축구협회의 공문을 받은 히딩크 감독은 구체적인 자신의 역할에 대해 확답을 보내주지 않았고 결국 러시아 평가전이 열리는 날 직접 만나기로 했다.
축구협회는 히딩크 감독의 넓은 인맥과 풍부한 경험 등에 대해 도움을 받기를 원하고 있다. 신태용 감독 역시 “히딩크 감독님은 한국 축구의 영웅이다. 인정한다. 사심 없이 대표팀을 위해 일해주신다면 1%도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이겠다. 한국 축구가 발전하고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면 (히딩크 감독의 도움은) 무조건 오케이다”고 말했다. 다만 신 감독은 감독이 두 명처럼 흘러가는 ‘옥상옥(屋上屋)’ 현상 등은 경계하고 있다. 때문에 대표팀에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핀셋 조언’이라면 언제든 받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축구협회가 히딩크 감독에게 기술자문이나 기술고문 등의 직함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이 아무 직함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특별한 직책 없이 필요할 때마다 한국 축구에 조언하는 정도로 정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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