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태양광발전은 발전효율 낮아
우주로 나가면 해결 가능하지만
천문학적 발사체 비용이 난제로
머스크 ‘스페이스X’ 저비용 실마리
신고리 원전 5ㆍ6호기의 운명을 놓고 대한민국은 탈원전과 원전 재개의 갈등에 휩싸였다. 탈원전 진영이 원전의 대안으로 제시한 신ㆍ재생에너지 중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태양광발전이다. 하지만 원전 재개 측에서는 환경훼손과 낮은 발전효율을 이유로 태양광발전이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태양광발전의 효용성 논란 속에 국내에서 한동안 관심밖에 머물던 차세대 태양광 발전방식에 다시금 눈길이 쏠리고 있다. 지상이 아닌 대기권 밖에서 에너지를 얻는 ‘우주 태양광발전’이다. 기술 발전으로 50년간 구상으로만 존재한 우주 태양광발전이 실현될 가능성은 조금씩 커지고 있다.
4일 과학계에 따르면 우주 태양광발전은 말 그대로 우주공간에 쏘아 올린 인공위성으로 태양광 발전을 하는 것이다. 마이크로웨이브(극초단파)로 변환한 에너지를 무선으로 24시간 지구에 내려 보내면 지상의 안테나가 이를 수신한 뒤 전기로 바꿔 송배전하는 방식이다.
태양광 에너지는 우주에서 1㎡당 1,360W에 이르지만 지상에 도달하기 전 30% 정도는 반사된다. 투과된 태양광도 구름과 먼지 등에 의해 산란돼 지표면 1㎡에 도달하는 에너지는 최소 150W에서 많게는 300W로 알려져 있다.
만약 우주 태양광발전이 가능해지면 맑은 날 낮에만 발전하고 기상 상태에 크게 좌우되는 지상 태양광발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셈이다. 산림훼손 등 지구의 환경훼손 우려는 사라진다. 우주엔 비나 먼지도 없어 태양광 패널의 수명도 지상보다 훨씬 길어진다.
원자력이나 화석원료에 의한 기저발전을 대체하려면 24시간 발전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우주에서 지속적으로 지상에 에너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지구정지궤도(적도 상공 3만5,786㎞)가 가장 유리하다. 정지궤도에서 발전을 하면 밤낮 없이 365일간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우주 태양광발전 개념은 1968년 미국의 피터 글래서(Peter Glaser) 박사가 처음 제안했다. 글래서 박사는 1974년 비용 측면에서 타당성 연구를 수행했고 1978년 미 의회가 예산을 지원해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1986년까지 타당성 검토가 진행됐지만 미 의회는 “기술적, 경제적, 환경적으로 불확실성이 많다”고 결론 내렸다.
이후 미 항공우주국(NASA)이 관련 연구를 수행하며 마이크로웨이브를 이용한 장거리 전력전송 실험에 성공하기도 했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유럽 우주국(ESA)도 2000년대 들어 타당성 검토 등을 진행했고 최근에는 중국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한화그룹 공식 블로그 한화데이즈에 따르면 중국의 우주 태양광발전소는 10년 안에 건설 예정인 70톤급 우주정거장에 들어서고, 일본 JAXA는 중장기적으로 오는 2030년 원전 1기와 맞먹는 1기가와트(GW)급 우주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미 인류는 우주 태양광발전에 필요한 기술을 웬만큼 보유하고 있다. 발사체와 인공위성, 태양광 패널 기술은 수십 년 전부터 기반이 닦였다. 현재도 우주정거장이나 대부분의 인공위성은 자체 태양광 발전시설로 생산한 전력을 에너지로 사용한다.
아직 어떤 국가도 우주 태양광발전을 실현하지 못한 것은 경제성 때문이다. 자체 전력만 생산하는 인공위성과 달리 우주 태양광발전소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개념적으로 가상 설계된 한국형 우주 태양광발전위성만 해도 태양광 패널 1㎡당 171W의 발전이 가능할 경우 1GW급 발전을 위해선 폭 1㎞에 길이가 4.2㎞인 태양광 패널이 요구된다. 단순 계산으로 무게는 6000톤 이상이다. 이 거대한 위성은 한번에 띄울 수 없어 수십 차례에 걸쳐 모듈화된 부품을 나눠 쏘아 올린 뒤 우주에서 조립을 해야 한다. 현재 정지궤도에 5톤 규모의 인공위성을 올리는데 1억~2억 달러가 필요한 것을 고려하면 막대한 비용이 불가피하다.
발사체의 경제성이 여전히 우주 태양광발전의 한계지만, 결코 넘을 수 없는 벽은 아니다. 테슬라 전기차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가 최고경영자(CEO)인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는 난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했다.
스페이스X가 2단 로켓 ‘팰콘9’을 자체 개발하는데 든 비용은 약 3억 달러라고 한다. NASA 관계자가 “우리가 개발했으면 36억 달러는 들었을 것”이라고 토로한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푼돈이다. 스페이스X는 2012년부터 팰콘9을 40번 이상 발사했고 지난해 4월엔 최초로 바다 위에 떠있는 착륙장에 1단 로켓을 안전하게 착륙시키는데 성공하는 등 발사체 가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1단 로켓은 발사체 중 가장 비싼 장비인데, 스페이스X의 목표는 이를 재활용해 발사 비용을 기존의 10분의 1 이하로 줄이는 것이다. 과학계에서는 발사 수요가 대폭 늘어나면 대량생산 체재를 갖출 수 있어 발사 비용이 현재의 15~20분의 1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미래 에너지원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일론 머스크는 발사체를 통한 우주선 개발에 열중할 뿐 아직까지 우주 태양광발전에는 열의가 없다. 일각에서는 그가 지상 태양광발전기업인 솔라시티 창업자인 것을 이유로 들기도 한다.
일부 과학자들은 우리도 세계 최고 수준 태양광 발전과 무선 송수신 기술을 갖췄고, 관측위성과 정지궤도위성을 발사한 경험에 2조원을 들여 팰콘9과 유사한 한국형 발사체 사업을 진행 중이라 저력이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등을 역임한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형 발사체도 지속적인 효율화를 이루면 팰콘9처럼 저렴해지기에 충분한 설계인데다 양산 원가절감을 고려해 개발하면 세계 최저가 발사체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주 태양광발전은 이르면 10여 년, 늦어도 수십 년 내에는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돼 우리도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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