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은행 국내지점 상사들
수년간 지속적 성희롱ㆍ추행
법원 “업무와 연관됐는데도
감독업무 소홀” 회사 질타
한국인 여직원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일본인 상사들에 대해 법원이 일본 본사와 함께 손해배상금 및 위자료 2,7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 박상구)는 일본계 은행 국내지점에 근무하는 한국인 여직원 A씨가 일본인 상사들을 상대로 “3억3,000만원의 손해배상금 및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최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의 불쾌한 경험은 입사 직후부터 시작됐다. A씨는 같은 팀에서 근무하던 일본인 상사 B씨로부터 수시로 성희롱을 당했다. A씨가 팀에 청첩장을 돌리자 B씨는 “혼전임신을 한 것 아니냐” “신혼여행 가서 임신하고 오라”는 말을 팀원들 앞에서 했다. 밤에 회식이 끝나고 데려다 준다며 택시 안에서 신체를 만지고 껴안는 강제추행까지 했다. 다른 일본인 상사 C씨도 회식이 끝날 때 A씨를 기습적으로 포옹하는 등 A씨는 근무 중 수 년간 지속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
견디다 못한 A씨는 회사를 휴직하고 일본인 상사들 및 은행 국내지점과 일본 본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본사에 대해서도 “국내지점에 성희롱, 성추행, 성차별적 문화가 만연해 있는데도 이를 예방하고 방지하기 위한 의무를 다하지 못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법원은 A씨 주장을 폭넓게 받아 들였다. 재판부는 “A씨는 B씨의 강제추행으로 한 달간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었다”며 “B씨의 부적절한 발언은 사회통념상 일상생활에서 허용되는 단순한 농담 또는 하급자에 대한 호의적인 언동의 수준을 넘어 A씨가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느끼게 해서 A씨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질타했다. C씨의 행위도 마찬가지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특히 일본 본사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었다. 재판부는 “B씨가 업무시간 중 부적절한 말을 자주 했고, 강제추행이 있었던 회식 자리도 프로젝트를 위해 몇 주간 야근한 부하직원들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 만든 자리”라며, B씨의 행위가 은행 사무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은행이 사용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B씨가 A씨에게 이전에도 부적절한 언행을 한 적이 있음에도, 재차 강제추행을 하는 등 A씨가 반복적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은행이 감독 업무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와 C씨, 일본 본사가 연대해 A씨와 그 가족들에게 위자료로 2,700만원을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의료비 및 휴직으로 인한 손해배상금으로 인정된 7,300만원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지급받거나 형사공탁금으로 변제된 점을 참작했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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