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군 “정부 노선 도심 단절 등 부작용 많아”
송천리 지하역 건설 요구…춘천과 형평성 제기
정부안 대로 확정 시 ‘무대접 논란’ 또 거셀 듯
강원 양구군은 대표적인 낙후지역이다. 험산 산악지형과 휴전선과 맞닿은 지리적 요인으로 효과적인 지역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1973년 소양강댐 건설 이후 도시 규모는 더욱 축소됐다. 양구군은 흔한 고속도로 조차 놓이지 않은 몇 안 되는 곳이다.
양구군 입장에서 2024년 개통 예정인 동서고속철도는 지역발전을 위한 호재다. 동서고속철도는 춘천에서 화천, 양구, 인제, 백담역을 거쳐 속초까지 92.34㎞를 연결하는 교통망. 건국이래 처음으로 양구에 철도가 놓이는 데다, 고속철도 운행으로 물리적ㆍ심리적 거리가 감소, 관광객 증가 등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그러나 양구군과 정부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며 역사위치 등 노선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일부 주민은 정부 계획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양구군과 주민들은 낙후된 도시발전을 위해 송청리에 지하역 건설을 요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기본 계획안인 학조리 노선은 도심을 단절시키는 등 양구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다. 특히 국토부가 춘천시가 요구한 소양강 구간 노선 지하화를 받아들이자, 양구지역 사회의 요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선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달 21일 양구문화복지센터에서 열린 공청회에서도 이 같은 주장이 쏟아졌다.
문제는 돈이다. 설계를 맡은 엔지니어링 업체는 “안대리 비행장과 송청리 구간을 지하화할 경우 사업비가 1,133억 원이 더 들게 된다”며 “군 당국과 협의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업비가 늘어나면 개통시기가 지연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양구 주민들과 연구기관 관계자는 정부가 경제성 논리에만 함몰돼선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자칫 주민들의 의견 수렴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정부 논리대로 노선이 확정될 경우 ‘무대접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의견 조율에 대한 강원도의 책임론도 불가피하다. 지난달 공청회에 참가한 김재진 강원발전연구원 박사는 “동서고속철도 건설사업은 경제성보다 정책적 판단으로 실시되는 만큼 지역의 의견을 좀 더 수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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