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조모(26)씨는 추석 기간 아르바이트 계획을 접었다. 짧은 기간에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를 친구들로부터 들었는데, 실제로 알아보니 시급이 기대보다 너무 낮았다. 조씨는 “택배회사나 떡집, 대형마트처럼 추석 때 일이 많은 곳에 문의를 해봤는데 대부분 최저시급(6,470원)이랑 큰 차이 없더라”라면서 “차리리 공부에 집중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명절 기간 높은 시급을 내세워 ‘알바족’에 환대를 받아왔던 단기 고수익 아르바이트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소비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에서 인건비 상승 등에 고용주들이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명절 때가 되면 채용 공고가 줄을 잇던 떡집 아르바이트가 대표적이다. 시급 9,000원~1만원을 받았던 3년 전 기억을 떠올려 최근 다시 떡집에 연락해봤다는 직장인 윤모(33)씨는 “올해는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14시간 일하는 조건으로 시급 7,500원을 제안 받았다”고 말했다. “최저시급보다는 높아 보이지만 야간근무수당(시급 150%)을 고려하면 전혀 많이 받는 돈이 아니다”는 게 윤씨 설명이다.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이 최근 직장인과 대학생 등 1,592명을 대상으로 ‘추석연휴와 아르바이트’에 대한 설문을 한 결과, 이들이 기대하는 시급과 실제는 격차가 컸다. 구직자들은 연휴기간 최저시급의 1.5배 정도인 1만원 가량은 받아야 한다(31.3%)고 생각했던 반면, 추석 연휴에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 대부분(76.8%)은 평소랑 다를 게 없는 수준으로 시급을 받는다고 답했다.
고용주들도 할 말은 있다. 서울 성동구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고정미(49)씨는 “떡 수요도 해마다 줄고 있는데, 대형마트나 대기업 운영 떡 체인점과 경쟁을 하다 보니 인건비 절감이 절실하다”고 했다. 자영업자 삶도 팍팍해지다 보니, 넉넉한 시급을 챙겨주기 어려워졌단 얘기다. 장사 자체가 안 되니 많이 줄 여유조차 없는 분위기다. 아르바이트대행업체 관계자는 “요즘은 명절 아르바이트도 경력자를 선호하는 추세라 생각보다 대우가 좋은 일자리를 구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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