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설이 다시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있다. 양당 일부 의원들이 ‘보수우파 통합추진위원회’ 결성을 추진하기로 하면서다. 바른정당은 ‘지금은 통합이 아닌 혁신이 우선’이라는 자강파와 ‘지금이야 말로 보수가 뭉쳐야 할 때’라는 통합파로 갈려 내분 조짐이다. 그러나 합당이든, 일부의 추가 탈당ㆍ복당이든 풀어야 할 난제가 만만찮다.
통합의 명분은 무엇인가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을 탈당하고 바른정당을 창당할 때 국민 앞에 무릎을 꿇으며 했던 선언에 스스로 답해야 하는 게 우선 과제다. 김무성ㆍ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탄핵에 찬성해 1차로 탈당했던 의원 29명은 이른바 ‘분당선언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새누리당을 ‘친박당’으로 규정하면서다.
“자신들의 기득권 연장을 위해 어느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았고, 헌법 수호를 위한 동료 국회의원의 노력을 배신과 패륜으로 매도하며 적반하장의 행태를 보였다. 기득권에 매달려 반성과 쇄신을 끝끝내 거부하고, 국민으로부터 공분의 대상이 된 새누리당은 더 이상 공당일 수 없다.”
“새누리당을 허문 자리에 따뜻한 공동체를 실현할 진정한 보수정당의 새로운 집을 짓겠다”며 자신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개혁보수의 가치도 명확히 했다.
그러나 현재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도 절연하지 못하고 있다. 당 혁신위원회가 박 전 대통령과 친박 핵심 중 서청원ㆍ최경환 의원에 대해서만 자진 탈당을 권유했을 뿐, 논의 자체를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시점으로 예상됐던 10월 중순으로 미뤘다.
통합파 의원들은 그럼에도 당면한 북핵 안보위기와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대비해 보수 우파가 뭉치는 게 제일의 과제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야권 관계자는 “최소한 새누리당에 복당하려면 탈당하면서 내세웠던 명분을 왜 번복할 수밖에 없는지 설명해야 한다”며 “안보위기 등의 이유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무성과 유승민의 동행
바른정당의 두 창당주주이자 개혁보수의 두 축인 김무성ㆍ유승민 의원의 동행 여부다. 김 의원은 보수당을 재건하려면 뭉쳐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반면, 유 의원은 통합보다 보수 개혁이 우선이라고 여긴다. 더구나 유 의원은 탄핵에 찬성한 자신들을 ‘배신자’ 취급한 친박계 의원들이 한국당에 온존하는 한 한국당은 과거의 새누리당과 다를 바가 없다고 믿는다.
두 의원이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면 어떤 길이든 또 다른 보수의 분열이 된다. 바른정당의 한 의원은 “통합을 하더라도 명분이 축적돼 당대당 통합을 하는 게 가장 좋다”며 “한국당에 굽히고 들어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내에선 최근 의원들을 통합파 11명, 자강파 5명, 중립 4명으로 구분한 명단이 돌았다. 이에 따르면 통합파 의원들이 정기국회 내에 탈당을 결행하더라도 최소한 유 의원을 비롯한 5명은 바른정당에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 유 의원은 지난달 29일 예상보다 빨리 당 대표 경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통합 움직임에 일단 제동을 걸었다.
당협위원장 둘러싼 ‘분쟁’
당협위원장 조정도 만만치 않은 문제다. 특히 다음 총선을 바라보는 의원들에게는 정치 생명이 걸린 일이다. 이미 한국당에는 대선 직전 바른정당에서 넘어간 의원 13명이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당을 비운 사이 당 지도부가 자신의 지역구 당협위원장에 현역 비례대표 의원이나 원외 인사를 임명해 골치를 썩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경기 안산 단원을의 현역 국회의원인 박순자 의원과, 이 지역 당협위원장인 비례대표 임이자 의원이다. 두 의원은 지역구 행사에서도 만만찮은 기싸움이 노출되고 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당을 버리고 간 의원들이 돌아온다고 해서 당협위원장 자리까지 내줘야 하느냐”며 “그건 당의 기강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당대당 통합 가능성을 두고도 “주요 당무를 결정하는 의결기구인 전국위원회는 아직도 친박계가 다수”라며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