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청, 눈치보기 속 2단계 사업 2년째 표류
법적 다툼까지 이어지며 갈등 골 깊어져
추석 이후 결정 여부 주목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행정도시) 한복판에 들어설 중앙공원 문제는 지역의 대표적 갈등 현안으로 꼽힌다.
중앙공원은 1단계와 2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1단계는 인근 호수공원과 국립중앙수목원을 연계하는 가족 여가 숲과 테마정원, 체육시설 등을 갖춘 시민이용형 공원으로 계획됐다. 사업총괄기관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건설청)은 지난 2월 공사 발주에 들어가며 본격화했으며, 2019년부터 순차 개장할 예정이다. 1단계는 2018년 상반기부터 개장하려 했던 일정이 다소 늦춰졌지만 큰 차질 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문제는 2단계다. 건설청은 2단계도 2019년부터 순차 개장하려 했다. 하지만 생태도시시민협의회(생태협)와 중앙공원바로만들기시민모임(시민모임)ㆍ입주자대표협의회(입대협) 간 팽팽한 이견에 발목을 잡히면서 2년 간 표류하고 있다.
환경단체 측은 논 경작지를 보존하고,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 서식처를 이 곳에 두자는 입장이다. 반면, 시민모임 등은 금개구리를 제3의 서식지로 이전하고 2단계 구역을 이용형 공원으로 전환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건설청은 국제공모를 통해 2단계 구역에 논 경작지를 두는 계획까지 마련했지만, 금개구리 문제로 지역사회에 갈등이 빚어지자 의견 수렴을 이유로 사업을 차일피일 늦췄다. 그렇게 1년여의 시간을 허비한 뒤 지난 5월 양 측의 의견을 수렴한 것이라며 최종안을 내놨다. 2014년 하반기 금개구리 서식지를 2단계 구역으로 이전할 때 계획한 보전구역(53만㎡)보다 훨씬 축소된 21만㎡로 하겠다는 핵심이었다. 건설청은 이 방안을 들고 양 측을 설득해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확정 발표 시기는 6월에서 8월로, 그리고 추석 연휴까지 늘어졌다. 청장 퇴진 구호 등장 등에 따른 부담감으로 번번히 결정을 유보한 것이다. 건설청은 지난 8월 양 측에 최종안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청하면서 조속한 사업 추진 의지를 드러내긴 했지만 결론이 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건설청이 중앙공원과 관련해 ‘양치기 소년 같다’는 비난까지 듣는 이유다.
중앙공원 사업이 지지부진한 사이 지역이 갈등과 반목만 깊어지고 있다. 생태협과 시민모임 등 양 측은 각자의 입장을 강조하며 건설청을 압박했다. 건설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생태협과 시민모임 등이 참여한 갈등조정기구인 ‘다자협의체’ 회의는 지난 2월 이후 단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김수현 세종참여연대 사무처장과 생계조합, 박영송ㆍ윤형권 세종시의원 등은 ‘논 보전과 생태공원 조성’ 입장을 밝혔다가 온라인 상에서 반대 진영의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박 의원은 최근 온라인에 비방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시민모임 소속 한 인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중앙공원을 둘러싼 갈등이 법적 다툼으로까지 비화한 것이다.
지역사회의 상처가 깊어지고 있지만, 생태협과 시민모임ㆍ입대협 간 타협의 여지는 여전히 없어 보인다. 평행선이 계속되면서 추석 이후에도 전향적 입장 변화는 기대할 수 없다. 건설청이 주민 눈치를 보며 판단을 계속 미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행정도시 개발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겠다는 세종시도 정작 중앙공원 문제에 대해선 팔짱을 끼고 눈치만 보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때문에 이제라도 건설청이 결단을 내리고 사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역 한 정치권 인사는 “이미 충분히 늦어졌고, 주민, 전문가, 관계기관 등의 의견 등은 충분히 나왔다. 언제까지 주민 눈치를 보면서 사업을 미룰 거냐”며 “건설청은 최종안을 하루 빨리 마련해 추진하고, 필요할 경우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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