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를 받으며 생면부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박은미(신린아 분)를 보며 정마담(라미란 분)이 느낀 건 무엇이었을까. 동생에 얽힌 아픈 트라우마, 모성애. 그리고 그 절도범의 가슴에도 어김없이 양심이 있었다.
지난 4일 밤 10시 KBS2 '드라마 스페셜 - 정마담의 마지막 일주일'(극본 김세랑/연출 강민경)이 전파를 탔다. 드라마는 공소시효 만료를 앞둔 정마담과, 계부에게 학대 당하며 이용만 당하는 10살 박은미의 인연을 그려냈다.
정마담은 과거 땡바리(박정학 분)이 돈을 들고 도망쳤다. 계획적인 절도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범죄는 범죄다. 정마담은 숨어서 공소시효가 만료되길 기다렸다. 캐나다로 가 캐나다인들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팔겠다는 꿈도 꿨다. 하지만 그의 계획은 박은미와 만남부터 모든 게 틀어졌다.
박은미는 정마담의 완벽 범죄를 망친 주범이었다. 은미가 와서 불쌍하게 짜장면을 먹지만 않았어도, 은미가 정마담을 간첩으로 신고한다고 말하지만 않았어도 정마담은 이미 캐나다로 떠나지 않았을까. 햇빛도 들지 않은 방에서 자신을 철저히 숨겼던 정마담의 눈물겨운 사투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그가 은미를 모른 척 하길 바라게까지 만들었다. 정마담 본인은 오죽했을까.
하지만 그곳에서 정마담을 돌려 세운 건 은미에 대한 연민과 걱정, 약간의 정의감, 잃은 동생과 은미의 처지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었다. 정마담은 큰 마음을 먹고 은미를 지하철 역에 버릴 결심도 했지만 결국 다시 은미를 찾으러 발길을 돌렸다. 기다리겠다는 은미의 순수한 믿음은 정마담을 사로잡았다. 케케 묵은 절도범은 개인의 영화, 안위 대신 아이를 선택했다.
캐나다행은 불발됐고, 정마담은 공소시효를 하루 남겨두고 경찰에 자수했다. 그럼에도 그는 은미를 학대하던 부모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구치소에서 "아주 잘 잤다"고 한다. 숨어지낼 때와 달리. 간만에 발 뻗고, 꿈도 꾸지 않고 말이다.
가진 돈은 많았지만 내내 숨어 살던 정마담은, 자신의 죗값을 받을 때에야 비로소 마음이 편해졌다. 아마 이게 정마담의 완전한 해피엔딩이었을 테다.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이 역설했듯, 설사 캐나다로 도망쳤어도 스스로는 속일 수는 없었을 것을 예감케 한다. 자신의 돈을 가져간 은미를 "커서 나처럼 된다"고 나무란 대사에서도 이를 읽을 수 있다.
"아줌마는 좋은 사람이에요. 나는 알아요." 감옥에 있던 죄수였지만 정마담은 은미의 생명의 은인이었다. 꿈에 그리던 캐나다에서 슈퍼는 아니었지만 정마담은 은미와 함께 메론맛 아이스크림을 팔았다.
강희정 기자 hjk07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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