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심각… 생존자 85.3%가 70세 이상
조명균 통일 “분단 책임 없는 이들이 고통”
떨어져 사는 가족이 모이는 추석이지만 그들에겐 예외다. 이미 헤어진 채 흩어진 기대가 재회를 바라는 이산(離散)보다 많다. 앞으로 사반세기면 그마저 떠나고 한만 남을지 모른다.
4일 통일부ㆍ대한적십자사가 함께 운영하는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1988년부터 올 8월 31일까지 등록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3만1,221명 중 생존자 수는 45.8%인 6만76명이다. 사망자 비율이 54.2%(7만1,145명)에 이른다는 뜻이다. 사망자 수가 생존자보다 많아진 건 지난해 2월부터다. 작년 8월 말 이후 1년 사이 사망자 수는 3,405명이나 늘었다.
지난달 25일 현대경제연구원이 공개한 보고서 ‘이산가족 상봉 현황과 시사점’을 보면 이산가족 사망자 수는 연간 평균 3,800명 수준이다. 이 중 상봉 기회를 갖지 못하고 눈을 감는 이가 연간 2,400명에 달한다. 올 8월 말 현재 전체 이산가족 생존자의 85.3%가 70세 이상 고령자다. 80세 이상 비중도 62.3%나 된다. 이들 초고령층 비율이 10년 전엔 30.3%였다.
시간이 없다. 보고서는 “2015년 기준 평균 기대수명을 감안하면 25년 뒤쯤에는 이산가족 상당수가 유명을 달리할 수 있다”며 “현재 모든 이산가족 생존자들이 생애 한 번이라도 북한 가족과 상봉하기 위해서는 연간 최소 상봉 인원을 7,300명 이상으로 늘려야 하고, 70세 이상인 고령자의 경우에는 매년 6,900명 이상에게 상봉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이날 북한을 상대로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전향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열린 제48회 합동경모대회 격려사를 통해서다. 그는 “분단ㆍ전쟁에 책임이 없는 수많은 사람이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왔다”며 “해결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이산가족 문제로 시작해 남북이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함께 나서자는 정부의 호소는 꾸준히 반복되고 있다. 7월 6일 문재인 대통령이 베를린 구상을 통해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과 고향 방문을 제안함에 따라 같은 달 17일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 회담’을 공식 제의했고, 8월 15일에 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재차 촉구했다.
1985년 9월 남북이 고향방문단을 교환하면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진 뒤 모두 21차례의 대면 상봉을 통해 남북의 4,185가족, 총 1만9,928명이 헤어졌던 가족과 다시 만났다. 7차례의 화상 상봉으로 577가족 3,748명이 혈육의 모습을 봤고 남북 300명씩 600명의 이산가족이 서신을 주고받았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2015년 10월 금강산에서 열린 게 마지막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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