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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성장’에 중독된 중국, 빚 구조조정 나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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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성장’에 중독된 중국, 빚 구조조정 나설까

입력
2017.10.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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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제19차 당대회를 맞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 걸린 마오쩌둥 초상화가 새 것으로 교체되고 있다. 마오쩌둥은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으로 지친 가난한 대륙을 후계자에게 넘겼지만, 중국은 이후 사상 유례 없는 고성장으로 유일한 슈퍼 파워 미국의 아성을 넘보는 위치에까지 올랐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중국의 제19차 당대회를 맞아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 걸린 마오쩌둥 초상화가 새 것으로 교체되고 있다. 마오쩌둥은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으로 지친 가난한 대륙을 후계자에게 넘겼지만, 중국은 이후 사상 유례 없는 고성장으로 유일한 슈퍼 파워 미국의 아성을 넘보는 위치에까지 올랐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중국이 ‘부채의 늪’에 빠졌다는 각종 연구기관ㆍ신용평가사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경제가 여전히 6%대 중후반의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빚의 굴레를 재빠르게 벗어나지 못한다면 거대한 거품이 일시에 붕괴해 버릴 수 있다는 극단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지난달 21일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네번째 등급)에서 ‘A+’(다섯번째 등급)로 한 단계 하향조정하며 부채 문제를 언급했다. S&P는 중국 기업을 중심으로 부채가 소득보다 더 빨리 증가하며 위험요소(리스크)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빚에 의존했던 중국 경제

그 동안 중국의 신용(대출) 증가는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자산(부동산ㆍ주식 등) 가격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기업이 대출을 통해 투자ㆍ생산을 늘리고 부동산을 매입하면서, 중국 경제 성장률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빚이 이런 긍정적인 작용만 하기에는 빚 규모가 너무 커지고 말았다는 게 S&P의 평가다. S&P는 “정부가 기업 부채를 억제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향후 수년간 신용 증가율이 명목 경제성장률을 넘어서면서 금융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펴낸 중국 연례협의 보고서(People's Republic of China: 2017 Article IV Consultation)도 부채의 위험을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비(非)금융 분야(비금융기업과 가계 등)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75%에 이르는데, 이는 1년 만에 무려 16%포인트나 상승한 것이다. 2008년과 비교해 보면 80%포인트나 올랐다.

IMF는 중국 경제가 과도하게 빚에 의존해 성장해 왔다고 꼬집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 경제는 평균 7%의 실질성장률을 나타냈는데, 만약 중국 경제가 적정 수준으로만 부채를 증가시켜 왔다면 성장률은 5.5%에 머물렀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중국 경제가 자국 잠재성장률(동원 가능한 생산요소 투입으로 부작용 없이 이뤄낼 수 있는 성장률)의 1% 포인트를 넘어서는 ‘무리한 성장’을 수년째 하고 있다는 뜻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평가한 중국의 GDP 대비 부채는 무려 258%이다. 가계ㆍ기업ㆍ정부 할 것 없이 부채에 ‘중독’된 상태라는 얘기다. 역사적으로 이렇게 빚에 의존해서 무리한 성장을 하는 경우 ‘거품 붕괴’로 이어진 사례가 많았다.

중국 총부채의 GDP 대비 비율. <자료: 영국 텔레그라프>
중국 총부채의 GDP 대비 비율. <자료: 영국 텔레그라프>

‘발등의 불’ LGFV, 숨은 부채 문제

일단 현재 밖으로 드러나 있는 수준의 부채 규모라면 매년 6%대의 성장을 기록 중인 중국 경제가 충분히 부담을 질 수 있는 수준이라는 평가도 많다. IMF는 “중국은 설비 과잉과 부동산 부문으로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이미 통제하고 있다”며 “기업대출 증가율이 둔화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부채 수준은 충분히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중국이 감당해야 할 부채의 규모는 드러난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의구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최근 주목받고 있는 부실의 중심은 중국 지방정부가 자금을 대는 지방정부투자기관(LGFV)이다. LGFV는 이미 빚이 많은 지방정부를 우회해서 추가로 자금을 차입할 목적으로 설립된 공공기관을 말한다. 이들 LGFV는 주로 은행시스템 밖에서 제대로 된 규제를 받지 않는 ‘그림자금융’을 통해 자금을 차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그 부채 규모가 얼마인지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지방정부 부채를 숨기고 부채문제에서 시간을 벌기 위한 일종의 ‘돌려막기’로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이제 그런 ‘돌려막기’마저 쉽지 않고, 돌려 막은 빚까지 갚아야 할 때가 왔다는 데에 있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중국 LGFV의 일부가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피치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2015년 LGFV 채무를 중앙정부 부채에서 제외한 후 LGFV의 채권 발행 규모는 4조 위안에 달한다. 중국 한 해 국내총생산(GDP)의 5%를 넘는 수준이다. 이러한 LGFV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은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중앙정부 쪽에도 숨은 부채가 있다. 특히 중국 중앙정부가 암묵적으로 보증하는 국유기업의 부채가 커지고 있고, 일부 국유기업은 이미 과잉공급 상황에 직면해 있다.

중국 제19차 당대회를 맞아 상하이에서 한 시민이 시진핑 주석이 그려진 포스터 옆을 지나고 있다. 시 주석 등 중국 지도부는 거대한 규모의 부를 줄이기 위해 성장률 감소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점점 몰리고 있다. 상하이=AFP 연합뉴스
중국 제19차 당대회를 맞아 상하이에서 한 시민이 시진핑 주석이 그려진 포스터 옆을 지나고 있다. 시 주석 등 중국 지도부는 거대한 규모의 부를 줄이기 위해 성장률 감소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점점 몰리고 있다. 상하이=AFP 연합뉴스

허리띠 조일까… 중국정부의 선택은

이처럼 더 이상 빚으로 경제를 끌고 가는 것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게 명백한 시점에서 중국 정부가 뒤늦게나마 부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주문도 잇따르고 있다. IMF는 8월 보고서에서 “현재 중국 상황이 비교적 안정되어 있어 디레버리징(부채비율을 낮추는 것)을 실행해야 하는 적기”라며 “국유기업 보조금 등 암묵적으로 지급되는 보조금을 삭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IMF는 중국의 채무 문제는 결국 중국 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부채는 외국에 진 외채가 아니라 대부분 국내 채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빚을 줄이려면 필연적으로 지금보다 낮은 성장률을 감수해야 하는데, 중국 정부가 낮은 성장률을 쉽사리 용인할 지 미지수다. 중국 지도부가 내부 불만을 잠재우고 정통성을 과시하려면 경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성과를 내야 하는데, 내실을 챙기겠다며 성적이 나빠지는 일을 감수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국 고위관료들의 성장률 집착은 심하다. 지방정부마다 더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빚을 조달하는 일은 다반사다. 최근 랴오닝(遼寧)성이 2011~2014년 통계오차를 바로잡겠다며 지난해 GDP 성장률을 -23%로 잡은 사례에서 보듯 버젓이 정부 주도의 통계조작까지 일어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 등 글로벌 금융위기를 낳았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재연을 예상하기도 한다. 최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내 전문가를 인용해 “이대로 간다면 이르면 2020년 주택담보대출은 가처분 소득의 127%에 이르러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직전인 2007년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거 양적완화(QE)를 통해 전 세계에 돈을 풀었던 미국이 긴축으로 돌아서 돈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보유자산을 축소하면서 돈줄이 마르고, 결국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오르고 있다. 금리가 상승하면 중국이 쌓아 올린 ‘빚의 산’은 더 가팔라진다.

이런 딜레마에 맞서, 성장률을 포기하기 어려운 중국 정부로선 과감한 구조조정보다는 점진적인 채무조정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중국정부가 부채와 경기를 미세 조정(fine tuning)하는데 성공해 빚에 찌든 세계 2위 경제대국을 서서히 연착륙 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쳐내야 할 군살은 많은데 시간은 부족하고, 지나친 감량을 하면 근본적으로 건강이 상할 수 있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계속 갈 수도, 멈춰 설 수도, 돌아갈 수도 없는 트릴레마에 처한 것이 지금 중국의 현실이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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