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승엽/사진=삼성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최선을 다했던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
'살아있는 전설' 이승엽(41·삼성)의 바람은 소박했다. 그는 "팬들 가슴 속에 이승엽이란 선수가 있었다는 것을 전해드리면 만족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엽은 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넥센과의 경기를 끝으로 유니폼을 벗는다. '국민타자'로 활약했던 이승엽은 KBO리그의 굵직굵직한 기록을 써왔다. 1995년 삼성 데뷔 후 통산 1,905경기에 나와 2,154안타를 때려내며 타율 0.302, 465홈런 1,495타점을 기록 중이다. 통산 최다 홈런·타점을 기록 중이고 그가 2003년 때려낸 56홈런은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은 한 시즌 최다 홈런이다. 그의 은퇴식이 열리는 대구에는 일본과 대만 취재진까지 찾아 그의 존재감을 짐작케 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만난 이승엽은 "야구를 다시 못 한다고 생각하니 많이 아쉽다"며 "야구는 내 인생이고, 보물이다"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다음은 이승엽과 일문일답.
-오늘 아침 기분은 어땠나.
"기분은 별로 였다. 야구장에 가기 싫다는 마음이 들더라. 그만큼 나에게는 심장이 떨어져 나가는 마음이다. 야구가 정말 너무나 많은 것을 주었기 때문에 다신 못 한다고 생각하니 많이 아쉽다. 어제까지는 전혀 못 느꼈는데 오늘은 뒤숭숭하고 씁쓸했다."
-현역선수로 마지막 경기인데 목표가 있나.
"어제는 안타도 치고 싶었고, 홈런도 치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런 마음 보다는 오늘 하루를 부상 없이 잘 보내고 싶고,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안타를 치고 못 치고를 떠나서 (현역 선수 생활) 23년을 잘 마무리하는 마지막 경기이기 때문에 팬들에게 가슴 속에 이승엽이란 선수가 있었다는 걸 전달해드리면 충분히 만족할 것 같다."
-올스타전 때 마지막 경기는 눈물 날 것 같다 했는데.
"은퇴 투어를 할 때도 가슴 찡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잘 참았다. 울지 안 울지는 판단할 수 없을 것 같다. 상황이 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고, 냉정하게 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 지 잘 모르겠다."
-은퇴사 준비하지 않겠다고 했는다.
"지금도 오늘 어떤 말 해야 할지 많이 고민하고 있다. 생각했던 멘트는 분명 다 못할 거다. 십분의 일도 다 못할 것 같은데 감사했던 분들께 인사 드리고 싶다. 야구 선수로는 더 이상 말씀 드릴 수 없기 때문에 고마운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은데 잘 모르겠다."
-가장 애착이 가는 기록이 있나.
"팀 기록은 한국시리즈다. 삼성 첫 우승을 한 해였던 2002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56호 홈런(2003년)이 최고의 홈런이 아닐까. 1999년에 54홈런에서 끝났는데 대단한 기록이지만 아쉬웠다. 항상 54홈런보다 더 뛰어난 성적 남겨야 된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2003년 정규시즌)마지막 날 첫 타석에서 쳤다. 딱 14년 전 어제, 10월2일이다. 55홈런에서 끝났으면 다시는 내 평생 그런 기회가 안 왔을 거기 때문에 아쉬움 속에 후회하며 살았을 거다. 그 홈런이 나에겐 가장 값지고 좋은 기록인 것 같다."
-선수 생활을 하며 가장 고마웠던 사람들은.
"부모님이다. 건강한 신체와 자세를 강조하신 아버지와 돌아가신 어머니다. 어머니가 몸 관리를 많이 해주셨다. 결혼 전까지 야구를 전혀 몰랐던 아내가 결혼 후 좋은 마무리를 할 수 있게 많이 도와줬다. 가족에게 감사하다. 경상도라서 직접적으로 말할 기회가 없겠지만(웃음)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지도자분들게도 감사하다. 타자로 바꿔 주신 박승호 코치님, 어린 저를 형처럼 도와주신 박흥식 코치님, 홈런 타자로 만들어주신 백인천 감독님, 지바롯데에서 방황할 때 정신 무장하게 해주신 김성근 감독님, 삼성에 돌아오게 해주신 류중일 감독님과 현재 김한수 감독님까지도 나에게는 정말 고맙고 소중한 문들이다."
-일본에서도 팬들이 은퇴식을 보기 위해 왔다.
"일본에서 8년간(2004~2011년) 생활했는데 열성적인 팬들도 많이 봤다. 좋을 때나 안 좋을 때나, 2군에 떨어졌을 때도 원정경기까지 와서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셔 감사 드리고, 팬들을 다 만족시키진 못했지만 최선을 다한 선수가 은퇴하게 됐으니 8년간 정말 감사했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
-일본에서의 생활은 어떤 의미일까.
"열심히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못 미친다. 2군에서 있던 시간도 많았고, 한국에서만큼의 폭발력은 없었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많이 배운 곳이라고 생각하고, 42살까지 플레이를 할 수 있던 비결도 일본에서 실패를 거듭하면서 배웠다. 나태해지면 안 되겠다는 가르침을 스스로 많이 받았다. 공부를 하고 왔다고 생각한다. 성공은 아니지만."
-은퇴 후 계획에 대해서는 밝힌 바가 없는데.
"정말 고민 중이다. 주위 분들과도 상의를 하고 있다. 결정 난 게 없어서 말씀드릴 수 없지만, 공부도 해설도 생각하고 있고, 다른 부분도 생각하고 있다. 공부하러 가는 게 아니면 해설위원을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다시 태어나면 야구하지 않겠단 이야기도 했다.
"지금은 너무나 행복하다. 스타가 됐을 때는 너무나 행복하고, 그라운드에서 야구선수로 누리는 행복은 크다. 하지만 스타가 되기 까진 많은 노력과 절제가 필요하다. 그런 걸 다 참고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기회가 온다면 평범한 사람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서는 마음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많이 하더라.
"집에 있으면 많이 지루할 것 같다. 워낙 야구 선수는 출장도 많았으니 좀도 쑤실 것 같고. 야구 말하는 골프를 좋아하는데, 집에서 보내줄 지 안 보내줄 지 모르겠다.(웃음) 제가 좋아하는 골프 실컷 치면서 야구 쪽에는 쉬면서 다른 모습을 찾고 싶다. 안정이 되면 일을 하든지, 가족과 좋은 시간을 보내든지, 다시 삶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은퇴 경기에서 아내 이송정씨가 시구하는데 지도해줬나.
"집에서 5m되는 거리에서 던져보라고 했는데 곧잘 던지더라. 올스타전에 큰 아들이 시구했는데 마무리를 아내가 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구단이 의견 물었을 때 흔쾌히 한 번에 찬성했다. 의미 있는 경기에서 아내가 마무리 할 수 있어 영광스럽고 감사 드린다. 시포할 예정인데 공이 뒤로 빠지지 않도록 온 몸으로 막겠다.(웃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팬들은 홈런 잘 치는 선수로 생각하실 것 같다. 저는 최선을 다했던 선수, 모범이 되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이승엽에게 야구란.
"내 인생이고, 보물이다. 야구를 제외하고는 내 이름을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을 것 같다. 꿈이 야구선수였고, 야구선수가 되고 한국 최고가 됐고, 야구를 하면서 얻은 게 너무 많다. 죽을 때까지 야구로 살 생각이고 어떤 식으로든 대한민국 야구가 더 발전하게 길을 찾겠다. 야구는 정말 내 사랑이다."
대구=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한국스포츠경제 관련기사]
[인터뷰]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 조정래 감독 “죽는 날까지 싸워야죠”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