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양들의 침묵(1991년 개봉)’과 ‘시계태엽 오렌지(1971년 개봉)’에 등장하는 한니발 렉터와 알렉스는 자신들의 범죄에 대해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사이코패스다. 이들에게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니발은 사람을 잔혹하게 살해한 뒤 바흐의 ‘골든베르크 변주곡’을 배경 음악 삼아 인육을 먹는다. 성폭행, 살인범인 알렉스는 베토벤의 광팬으로 그려지는데, 교향곡 9번‘합창’을 가장 좋아한다.
정말 사이코패스들은 모두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것일까. 하지만 영화와 달리 실제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닌 사람들은 클래식 음악이 아닌 랩 음악을 더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 뉴욕대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이 연구팀은 최근 200명의 남녀에게 음악 260곡을 들려주며 곡 선호도와 함께 사이코패스 성향을 측정하는 검사를 진행했는데 검사 결과 사이코패스 성향이 가장 높게 측정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미국 힙합 그룹 블랙스트리트의 ‘No Diggity’를 가장 좋아하는 노래 1위로 선택했다. 미국 힙합 랩퍼 에미넴의‘Lose yourself’을 선호곡으로 꼽은 이들도 많았다. 분석 초기 단계라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많은 과학자들이 이 주제에 흥미를 갖고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 온라인 설문을 통해 음악 취향 정보를 수집하고 사이코패스 검사를 진행하는 영국 옥스퍼드대 심리학자 케빈 더튼도 사이코패스 성향이 높을수록 클래식이나 재즈 음악보다 랩 음악을 더 선호한다고 주장했다.
반(反) 사회인격장애인 사이코패스는 흔히 잔혹한 살인마나 연쇄살인범을 떠올린다. 최근 체포된 러시아의 ‘식인 부부’가 대표적인 사례다. 20년 간 30명을 살해한 뒤 인육을 먹어온 부부의 집에선 냉동 포장된 신체 일부가 나왔고 훼손된 신체를 찍은 사진 여러 장이 발견됐다. 이들의 엽기적 행각은 부부가 잃어버린 휴대폰을 주운 도로 포장 노동자들이 핸드폰 속 끔찍한 사진들을 발견하면서 알려졌다.
그러나 사이코패스의 음악 취향을 연구한 뉴욕대 연구원 파스칼 왈리쉬는 사이코 패스가 특별한 인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언론은 사이코패스를 도끼 든 살인자나 연쇄살인범으로 묘사하지만 현실에서 모두 그런 건 아니다”라며 “그들은 당신 바로 옆에서 일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약 20%가 사이코패스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왈리쉬는“만일 사이코패스가 뚜렷한 음악 취향을 갖는다면 이들의 평소 듣는 음악 목록이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닌 이들을 식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인 인턴기자(중앙대 정치국제학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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