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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중에도 희망 찾는 시리아 걸스카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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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중에도 희망 찾는 시리아 걸스카우트

입력
2017.10.0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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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세계연맹 정식 승인 받아

성폭력 예방ㆍ양성평등 교육 중점

시민의식 함양이 최종 목표

시리아 스카우트 단원들이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 EPA 연합뉴스
시리아 스카우트 단원들이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 EPA 연합뉴스

2011년 3월 시작된 시리아 내전은 진행형이다. 6년 넘게 이어진 정부군과 반군의 무력 공방 속에 국토 대부분은 황폐화됐고 절반 가까운 국민이 무차별 학살을 피해 고향을 등졌다. 하지만 환경이 아무리 열악해도 희망은 움트기 마련이다.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시리아는 지난달 중순 세계걸스카우트연맹(WAGGGS)의 정식 회원이 됐다. 아랍어도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에 걸스카우트의 네 번째 공식 언어로 지정됐다. 걸스카우트는 전 세계 소녀들을 상대로 건전한 시민의식과 인성을 함양시키는 사회ㆍ교육 단체. 사실상 정부 기능이 마비된 분쟁 국가에서 이런 청소년 활동이 명맥을 이어 온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다.

올 여름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열린 걸스카우트 캠프에는 지난해보다 두 배 많은 60명이 참가했다. 지역 모임도 일주일에 3차례나 개최된다. 니콜라 그린스테드 WAGGGS 회장은 “시리아에서 걸스카우트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상화하고 구조적 활동을 통해 국제 조직과 연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사회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물론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캠프에 참가하려는 상당수 소녀들은 강제로 집을 떠나야 하고 학교에도 갈 수 없다. 위험을 무릅쓰고 학생들을 한 데 모아 가르칠 만한 장소 역시 찾기 쉽지 않아 캠프는 주로 정부가 안전을 보장하는 다마스쿠스 일대로 한정된다.

활동도 노래를 하고 놀이나 즐기는 여느 스카우트 캠프와는 사뭇 다르다. 소녀들은 여성으로서 신체에 대한 자존감과 성폭력 예방 교육을 중점적으로 배우고 있다. 사실 내전 발발 전부터 시리아는 다른 중동국가와 마찬가지로 강간과 명예살인 등 여성 성폭력이 심각한 사회 문제였다. 성폭행 가해자가 피해 여성과 결혼할 경우 면죄부를 주는 ‘성폭행범 혼인 면책법’도 시행됐다. 가디언은 “내전 기간 시리아 정부군은 물론, 반군이 장악한 지역에서도 광범위한 성범죄가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 유엔의 판단”이라고 전했다.

걸스카우트 측은 아랍권에서 만연한 성폭력을 근절하려면 어렸을 때부터 남성들에게 ‘양성평등’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마스쿠스 스카우트 지도자인 자인(22)은 “성폭력 예방 교육에는 보이스카우트 단원들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며 “남성은 여성을 존중해야 하고 폭력을 멈추려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전쟁으로 상처 입은 아이들을 보듬는 것도 시리아 스카우트의 특별 활동 중 하나이다. 캠프에서는 유엔 및 적신월사(이슬람 적십자사)와 연계해 매년 숨진 병사들의 자녀를 위한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걸스카우트의 궁극적 목표는 소녀들에게 시민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다. 스카우트 관계자는 “시리아 국민으로서 이 나라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 스스로 느끼게 해야 한다. 그래야 동기가 부여돼 조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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