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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 당신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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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 당신은요?”

입력
2017.10.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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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와우북페스티벌에서 첫 선을 보인 에세이 시리즈 ‘아무튼’. 김태형(왼쪽부터) 제철소 대표, 이정규 코난북스 대표, 조소정 이재현 위고 대표 등 1인출판사 3곳이 협업해 만든 ‘아무튼’은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주제로 여러 명의 필자가 쓰는 시리즈 에세이다.
24일 서울와우북페스티벌에서 첫 선을 보인 에세이 시리즈 ‘아무튼’. 김태형(왼쪽부터) 제철소 대표, 이정규 코난북스 대표, 조소정 이재현 위고 대표 등 1인출판사 3곳이 협업해 만든 ‘아무튼’은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주제로 여러 명의 필자가 쓰는 시리즈 에세이다.

“생각만 해도 좋은, 당신에게는 그런 한 가지가 있나요?”

에세이 시리즈 ‘아무튼’으로 들어오는 암호다. 26일 첫 다섯 권을 내놓으며 출발한 ‘아무튼’은 여러 명의 필자가 각자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피난처가 되는’ 것 하나를 택해 ‘아무튼 00’이란 제목으로 집필하는 에세이 문고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저자 김민섭, 영화주간지 씨네21 이다혜 기자, ‘심야인권식당’을 쓴 인권운동가 류은숙,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복길 등 다양한 장르에서 주목 받는 젊은 필자들이 라인업에 포진해 출간 전부터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 위고, 코난북스, 제철소 등 1인 출판사 3곳의 협업이라는 특이한 방식도 화제가 됐다. 위고의 공동대표인 조소정ㆍ이재현은 부부사이다. 이중 이재현 대표는 코난북스 이정규 대표, 제철소 김태형 대표와 같은 출판사에서 일했었다. 네 사람은 자신들의 모임을 “가장 모순적인 연대”라고 불렀다. “다니던 출판사를 나와 1인 출판사를 차렸다는 건 자기가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들겠다는 뜻이잖아요. 그런데 또 협업을 하니 이상하게 보였겠죠. 솔직히 저희도 걱정이 됐어요. 우린 위계도 없고 서로 만드는 책도 다르고, 그냥 모여서 술 마시던 사람들이거든요.”(조소정)

직장에선 선후배 사이였지만 퇴사 후엔 허물없는 친구로 지냈다. 그러다 보니 올 초 이정규 대표가 ‘아무튼’을 제안했을 때도 그걸 안주 삼아 하루 종일 농담 따먹기만 했다고 한다. 그러나 얘기를 계속 할수록 점점 마음이 기울었다. “아무튼 뒤에 뭘 붙일 때마다 그 이야기가 너무 궁금한 거예요. 누군가 평생에 걸쳐 열중하는 하나가 있다면 그게 뭘까. 원래 작은 사생활의 역사가 모여 큰 역사가 완성되잖아요. 1인출판사가 시리즈를 내는 건 부담이 크지만 같이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재현)

26일 발행된 ‘아무튼’ 시리즈 첫 5권. 아무튼 피트니스, 아무튼 서재, 아무튼 게스트하우스, 아무튼 쇼핑, 아무튼 망원동.
26일 발행된 ‘아무튼’ 시리즈 첫 5권. 아무튼 피트니스, 아무튼 서재, 아무튼 게스트하우스, 아무튼 쇼핑, 아무튼 망원동.

3월부터 기획안을 다듬고 주제가 될 키워드를 고르기 시작했다. 커피, LP, 고양이처럼 너무 흔한 주제는 제외했다. 너무 포괄적인 것도 탈락이었다. 이를테면 개는 안 되지만 닥스훈트는 ‘오케이’다. 주제를 정하면서 저자를 떠올리기도 하고, 저자를 떠올리면서 주제가 정해지기도 했다. “출판사 입장에서 가장 좋았던 건 이전에 작업해보지 못한 저자와 만날 수 있다는 거였어요. 1인출판사는 대형 출판사에 비해 출간 종수가 적어 섭외력도 떨어지고 이미지가 한정되는 약점이 있거든요. 이런 협업이 1인출판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이정규)

주제와 저자를 정한 뒤엔 철저한 분업 시스템으로 움직였다. 각 책에는 해당 도서를 편집한 출판사의 이름만 들어간다. ‘아무튼 망원동’(김민섭)과 ‘아무튼 서재”(김윤관)는 제철소의 책, ‘아무튼 쇼핑’(조성민)과 ‘아무튼 게스트하우스’(장성민)는 위고의 책, ‘아무튼 피트니스’(류은숙)는 코난북스의 책이다. 힘을 합치되 서로의 색깔을 유지하고 존중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출간일이 결정되고 처음 페이스북에 ‘아무튼’을 공개하자 “너무 재미있겠다”와 “어쩜 이렇게 돈 안 될 일만 하냐”란 반응이 동시에 나왔다. 네 사람은 “예상한 반응”이라며 웃었다. “요즘 팔리는 책들은 대형 출판사에서 나오는 스타 작가의 책, 그 외엔 고양이나 페미니즘 정도예요. 한때 출판계에선 고양이 키우는 스님 책이 나오면 대박일 거란 농담도 있었어요.(웃음) 지극히 사적인 취향을 시리즈로 내는 건 대형 출판사라면 못할 기획이에요. 아니 안 할 기획이죠.” (김태형).

그럼에도 이들은 “그래서 더 잘 팔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돈 안 되는데 우리끼리만 재미있는 건 이제 싫어요.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한 사람들이 가진 보편적 설득력이 있다고 믿어요. 아무튼 말고 고심했던 제목 중 ‘99문고’가 있었어요. 99권까지 내보자는 생각으로요.” (조소정)

다음에 나올 ‘아무튼’ 시리즈엔 ‘아무튼, 스릴러’(이다혜), ‘아무튼, 그릇’(박선영), ‘아무튼, 예능’(복길), ‘아무튼, 최신가요’(서효인) 등이 있다. 네 명 대표의 ‘아무튼’은 뭘까. 이정규 대표는 수영, 김태형 대표는 여름, 이재현 대표는 베이스 기타를 꼽았다. 조소정 대표는 원고를 보다가 자신에게 아무튼이 없다는 사실에 “충격 받았다”고 했다. “얼마나 떠밀려 살았기에 지금까지 붙들고 있는 게 하나도 없나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시리즈가 그런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책을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내 아무튼은 뭘까’란 질문을 던지는 거죠.”

글ㆍ사진=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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