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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상담원은 잠들지 않는다

입력
2017.10.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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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원 없는 시간대 음성인식 AI가 보완

상담 내용 저장ㆍ관리해 빅데이터로

금융업계 넘어 제조업으로 확산 추세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금은 상담시간이 종료됐으니 내일 다시 전화해 주시기 바랍니다.”

상담직원이 퇴근한 오후 6시 이후나 주말과 휴일 국내 대부분 기업들의 고객상담센터가 내보내는 안내 멘트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문제가 있어 전화를 건 고객은 울화통이 터진다. 성격 급한 일부는 언론사에 제보하거나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즉각 울분을 토한다. 격해진 감정이 가감 없이 쏟아져 비판의 수위는 극한까지 높아진다. 제품이나 서비스에 명백한 하자가 있는 경우라면 초기 대응에 실패한 해당 기업은 엄청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물리적으로 사람의 상담이 어려운 시간대를 보완하기 위해 기업들이 음성인식 인공지능(AI)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은행이나 공항 등에 속속 배치되고 있는 AI 로봇이 상품 설명이나 길안내 등 일상적인 서비스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상담사 역할을 대신할 AI는 기업의 위기대응과 직결돼 있다.

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AI 고객응대에 가장 앞서가는 분야는 상담이나 민원 전화가 폭주하는 금융권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1일 실시간 상담이 가능한 ‘위비봇’을 외환 업무에 투입했다. 인공지능 기술로 질문의도를 파악, 채팅창에 답을 하는 챗봇(Chatbot)이다. 시나리오에 따라 답변을 고르는 방식에서 발전해 상담원처럼 고객과 대화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위비봇을 발전시켜 24시간, 365일 깨어 있는 상담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KEB하나은행도 지난달 4일 SK텔레콤과 손잡고 생활금융서비스 상담원 ‘핀고’를 도입했고,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등도 AI 챗봇을 추진하고 있다. 신용카드와 보험, 저축은행 업계 역시 유사한 AI 챗봇 서비스를 선보였거나 준비 중이지만 금융업계의 공통된 지향점은 챗봇을 뛰어 넘은 AI 음성상담이다.

고객 입장에서 채팅창 대화는 인터넷 검색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텍스트 음성 변환(Text to Speech)은 10여 년 전부터 사용 중이고 국내외 기업들이 앞다퉈 출시 중인 AI 스피커들만 봐도 기술적으로 어려움은 없다. 한국어 음성 텍스트 변환(Speech to Text) 기술도 무르익어 AI 음성상담을 구현하는 데 무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24시간 상담센터에 상주하는 AI가 고객의 전화를 모두 받고 상담내용을 저장ㆍ관리하는 것은 엄청난 변화를 의미한다. 텍스트로 변환된 음성이 쌓이면 그 자체로 빅데이터가 된다. 기업 입장에선 실시간 분석을 통해 어떤 이슈가 진행 중이고, 고객의 불만 원인은 무엇인지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사전 대응에 나설 수 있는 셈이다. 향후 사업전략 수립에도 활용할 수 있고 재학습 과정을 거쳐 AI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 지난달 28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녹취분석시스템 구축 공고를 띄운 KB국민은행도 ‘주요 이슈 사전감지 및 비즈니스 성과 개선’을 목표로 제시했다.

최근엔 금융을 넘어 제조업, IT, 유통, 완성차, 서비스 업계 등에서도 AI의 효용성에 주목해 음성상담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제조업체가 상담센터 직원들을 교육하듯 제품별 매뉴얼을 집중적으로 학습시킨 AI는 특히 가장 골치 아픈 야간에도 빛을 발할 수 있다. 사람을 고용할 때와 달리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는데다 노동 관련법에 대한 고민도 필요 없어진다. 대신 사람의 일자리를 잠식하는 AI에 대한 사회적 우려와 논란이 커질 여지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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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음성상담은 민원전화가 쏟아지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부문까지 파고 들었다. 대구시는 최근 국내 한 기업과 손잡고 AI 및 빅데이터 기반 지능형 민원상담 시스템 구축을 시작했다. 국내 공공분야 민원 상담에 AI 플랫폼 기술을 결합하는 첫 시도다.

IT업계 관계자는 “현재 기술 수준이면 곧 완성도 높은 AI 응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AI가 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위기대응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적용범위는 무한대로 확장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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