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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과 지진의 ‘동시 습격’… 우연의 일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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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과 지진의 ‘동시 습격’… 우연의 일치인가

입력
2017.10.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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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지진 하루 만에 허리케인 ‘마리아’ 공습

일부 과학자 “허리케인, 산사태와 지진 유발”

‘지구 시스템의 기억’ 연관성 주장하는 이론도

아직은 상호연결 입증할 과학적 근거 못 찾아

멕시코에서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한 지 7일째인 지난달 25일, 멕시코시티의 한 붕괴된 건물 잔해에서 구조대원들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멕시코시티=AP 연합뉴스
멕시코에서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한 지 7일째인 지난달 25일, 멕시코시티의 한 붕괴된 건물 잔해에서 구조대원들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멕시코시티=AP 연합뉴스

시작은 지난 8월 말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였다. 이후 1개월은 미국 남서부와 중앙아메리카 지역에 있어 재앙의 연속이었다. 뒤이어 발생한 허리케인 ‘어마’는 약속이라도 한 듯, 하비와 비슷한 경로를 밟으며 카리브해 섬들을 초토화시켰다. 두 허리케인의 공습에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150명에 육박한다. 인접 국가인 멕시코에는 대지진이라는 ‘저주’가 내려졌다. 지난달 7일과 19일, 규모 8.1과 7.1의 강진이 각각 발생해 최소 458명이 사망했다. 게다가 두 번째 지진 이튿날인 지난달 20일에는 새로운 허리케인 ‘마리아’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 상륙했다. 숨쉴 틈도 없이 한꺼번에 몰아친 대규모 자연재해들로 이 지역들은 쑥대밭이 됐다. 이쯤 되면 허리케인과 지진의 ‘동시 습격’이라 해도 무방해 보인다.

여기서 이런 질문이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럽다. 형태는 비록 다르지만 거의 같은 시점에,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지역들에서 각각 일어난 자연재해들 사이에 어쩌면 모종의 연관성이 있는 게 아닐까. 예를 들어 딱 하루 간격이었던 멕시코 지진과 허리케인 마리아의 ‘타이밍’은 그저 우연의 일치에 불과한 것일까. 실제로 대기와 해양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허리케인과, 단단한 지각의 움직임에 의해 일어나는 지진 사이의 인과관계 유무는 과학자들의 오랜 연구주제이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허리케인 ‘마리아’가 휩쓸고 지나간 푸에르토리코 산후안 인근의 아이보니토에서 한 주민이 무너져 내린 주택 잔해들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허리케인 ‘마리아’가 휩쓸고 지나간 푸에르토리코 산후안 인근의 아이보니토에서 한 주민이 무너져 내린 주택 잔해들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다. AP 연합뉴스

최근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보도에 따르면, 우선 지정학적 요인에 의해 지진과 허리케인이 같은 시기에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격렬한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많은 지역들에서 지진활동도 발견된 사례들이 다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허리케인이 지진을 촉발하는 원인으로도 작용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폭풍에 따른 폭우는 지진 발생 가능성을 증가시킨다”고 했던 미 플로리다국제대 지구환경학과의 시몬 우도윈스키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특정 조건 하에서 허리케인과 같이 매우 습한 태풍은 산사태를 유발할 수 있고, 해당 지역에서 산사태가 끝나고 나면 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2008년 열대성 폭풍이 강타했던 아이티에서 2년 후 대지진이 발생한 게 그러한 사례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두 자연재해 사이에 때로는 수개월, 심지어는 수년 이상의 시간차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구 시스템의 기억(memory)’이라는 개념으로 지진과 허리케인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이론도 있다. 2012년 인터뷰에서 메릴랜드의 서자랄 샤마 교수는 “태풍과 홍수, 지진, 폭풍 같은 자연지해들은 지구 전체의 상호 연결된 체계 하에서 발생한다”며 “이 시스템의 ‘기억’이 (향후 일어나는) 극한 현상들에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극단적 자연재해들은 서로 분리돼 있는 게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주고받으며 복잡한 ‘연결망’을 형성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직은 허리케인과 지진의 연관성을 명쾌하게 입증해 주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게 사실이다. 버지니아공대의 브라이언 로만스 교수는 “거의 동일한 시기에, 그리고 인접 지역에서 일어나는 자연 현상들의 연관성을 탐구하는 것은 꽤 매력적인 작업”이라면서도 “그러나 대기와 해양 변화가 원인인 허리케인, 지각변동에 의한 지진 사이에 연계가 있다는 주장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최근 사건들(멕시코 지진과 허리케인 마리아)은 우연적으로 겹쳤을 뿐이지, 일반적인 메커니즘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라는 게 나의 결론”이라고 단언했다. 우도윈스키 교수도 ‘제안된 데이터’의 한계를 거론하면서 아직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재로서는 지진과 산사태, 쓰나미, 화산 폭발 사이에 연결고리가 존재하며, 허리케인은 홍수와 토네이도, 산사태와 연관돼 있다는 것 정도만 확실하다는 말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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