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따라 추석풍경 극명한 대조
조선ㆍ자동차 ‘쓴 웃음’… 정유 ‘함박웃음’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집적한 ‘산업수도 울산’의 추석 풍경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자동차 화학 조선 등 3대 주력산업의 기상도가 ‘맑음’과 ‘비 바람’으로 엇갈리면서 휘영청 떠오른 보름달을 바라 보는 근로자들의 심정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수년째 수주절벽에 신음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현대중공업 조선3사 직원들은 이번 추석에 상여금은 커녕 당장 강제성 휴직에 따른 생계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직원들은 조선업 구조조정과 맞물린 사측의 교육 및 휴직 방침으로 추석 연휴 이후에도 최장 5주 가량 임금이 30% 정도 깍인 채 계속 쉬어야 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맏형인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11일부터 이미 일부 직원들을 상대로 휴직과 교육에 들어갔으며,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도 추석 연휴 직후부터 휴직을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군산조선소 도크, 올 3ㆍ6월 울산 본사 조선소 5ㆍ4도크를 각각 가동 중단했다. 여기다 현대중공업은 2016~17년 2년치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한 채 노조집행부의 임기만료로 사실상 내년에 사상 처음으로 3년치 임단협을 논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추석 직후 새로운 노조집행부 선거운동에 돌입해 이달 말 선거를 진행하면 11월 새 집행부 인수인계를 거쳐야 하므로 타결시한이 촉박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오랜 기다림 끝에 임단협이 타결된다 해도 직원들이 손에 쥐게 될 ‘떡’은 거의 기대하기 힘든 형편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국내 중견 벌크선사 폴라리스쉬핑으로부터 32만5,000톤급 초대형 광석운반선(VLOC) 10척을 8억달러(9,102억원)에 수주했으나 수주가뭄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수주잔량이 지난 7월 말 기준 139만9,000CGT(65척)으로 전년 대비 30% 이상 쪼그라든 현대미포조선도 최근 울산 본사 35만톤급 제4도크의 가동을 12월까지 3개월가량 중단하기로 했다.
올해 심각한 실적악화를 겪고 있는 현대자동차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국의 사드보복 영향으로 현대차는 상반기 중국 판매량이 28.8% 감소하는 등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16.4%, 당기순이익은 34.3%나 줄어 우울한 추석을 맞고 있다.
지난 8월부터 2012년 이후 6년 연속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노조는 8월까지 5번의 부분파업과 3번의 휴일특근 거부를 진행해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쪼그라든 월급봉투를 쥐었다.
특히 현대차는 최근 노조지부장 선거에서 강성으로 분류되는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출신 하부영 후보가 당선돼 교착상태에 빠진 임단협의 연내 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며 추가 파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현대차는 지난 8월 부분파업으로 인해 신차 코나의 생산차질 등 신차 효과를 크게 못 본데다 향후 임단협 타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G70의 신차효과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014년 6월 16일 시급 6,000원과 상여금 100%를 요구하며 대학측과 분쟁에 들어간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도 2일 추석연휴를 맞아 1,206일째 눈물겨운 싸움을 이어지고 있다.
1인당 1억원에 가까운 벌과금과 계약만료에 따른 해고처분을 당한 이들은 그간 더불어민주당 을지로 위원회 등의 중재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무거운 마음으로 추석을 맞고 있다.
이와 반대로 SK이노베이션과 S-Oil 등 울산지역 정유업계는 사상최대의 호황으로 임직원들의 추석을 맞는 마음이 가볍다.
두 업체는 별도의 명절 상여금을 지급하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정유업계 전체가 8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올해 초 역대급 성과급 잔치를 벌였던 만큼 올해도 한 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연간 실적을 기반으로 한 성과급으로 포상 및 동기부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어서 내년 초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정유업종의 평균 연봉은 1억594만원 수준으로, 2위인 증권업(8,893만원)을 약 2,000만원 차이로 따돌리고 직원 평균 연봉 및 시급 상위 10개 업종 가운데 1위를 차지해 부러움을 사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종별 근로자들의 추석을 쇠는 방식도 엇갈리고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용불안과 임금삭감 등으로 동료 대부분이 조용하게 국내에서 추석을 보내면서 전직을 대비한 교육 등 퇴직 후 대안마련도 심각하게 고려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상의 관계자는 “지역 주력업종의 명암이 엇갈리다 보니 추석을 맞고도 업황이 좋은 업종 근로자들조차 지역 정서와 분위기를 감안해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있어 전반적으로 체감경기가 얼어붙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 백화점업계도 이번 추석을 맞아 매출이 줄어 울상을 짓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지난해 추석은 ‘김영란법’ 시행 이전이어서 그나마 선방했는데 이번 추석은 매출감소세가 완연하다”며 “선물은 5만원 이하의 저가상품은 소폭 늘어난 반면 의류나 고가 상품 등은 매출이 현저하게 줄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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