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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뭐 사줄까?” 골드이모ㆍ삼촌에 아이들 “그뤠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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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뭐 사줄까?” 골드이모ㆍ삼촌에 아이들 “그뤠잇!”

입력
2017.10.0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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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조민영(33)씨는 요즘 ‘여섯 살 난 조카를 위해 어떤 선물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이나 영상통화로 보다 거의 반년 만에 보는 만큼 제대로 된 걸 사주고 싶다”는 게 그의 말. 언니에게 전화를 걸어 “뭐가 좋을까” 물어본 것만 수 차례지만 그때마다 “신경 쓰지 말라”며 거절하는 탓에 조씨는 포털사이트에 ‘어린이 인기선물’ 등을 검색하고, 육아 관련 커뮤니티를 찾아 조언까지 구했다. “조카가 태어났을 때부터 옷이며 신발, 가방, 장난감 등 안 사준 게 없다”는 그는 “어차피 당장 결혼 생각이 없어 당분간 조카한테만 집중해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추석을 앞둔 2일, 넘치는 조카 사랑을 표현할 방법을 찾는 이모(또는 고모), 삼촌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만혼(晩婚), 비혼(非婚)이 늘어남에 따라, 경제력은 갖췄지만 부양가족이 없는 ‘골드미스’ ‘골드미스터’(능력 있는 독신 남녀를 가리킴)들이 조카에게 애정과 관심을 쏟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낌없는 선물공세에 ‘골드이모’ ‘골드삼촌’이라는 합성어까지 생겼을 정도. 저출산으로 인해 생겨난 ‘식스포켓원마우스’(Six pockets one mouse,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등 여섯 명이 단 한 명의 아이를 위해 지갑을 연다는 뜻)라는 단어는 어느덧 이모, 삼촌까지 가세한 ‘에잇포켓원마우스’로 진화하고 있다.

스스로 ‘조카바보’(조카를 자식처럼 사랑한다는 뜻에서 등장한 신조어)를 자처하는 이들은 “조카에게 들이는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직장인 박모(30)씨는 “조카에게 예쁜 옷과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게 거의 유일한 낙이자 ‘힐링(Healing)’”이라며 “때론 미리 부모체험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고 했다. 한 온라인쇼핑몰은 “지난해 어린이날을 앞두고 유아의류, 장난감ㆍ교육완구 1인당 평균 구매액(객단가)를 확인했더니 20대 객단가가 가장 높았다”며 “조카바보들의 아낌없는 지출 덕분”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조카가 원한다면 까다로운 구매 과정도 감수한다. 직장인 박상미(28)씨는 “디즈니캐릭터를 좋아하는 조카를 위해 국내 쇼핑몰을 둘러봤는데 비싼 가격에 비해 디자인은 내키지 않아 해외 직구(직접구매)로 구매했다”고 말했다.

조카들로선 일단 환영이다. 불가피하게 싫은 소릴 할 수밖에 없는 부모와 달리 이모, 삼촌은 ‘자주 보지 못한다’ ‘훈육 책임에서 멀다’는 등 이유로 마냥 좋은 사람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 한 달에 한 번 정도 결혼한 언니를 방문한다는 대학원생 주모(28)씨는 “5살짜리 조카가 있는데 만날 때마다 간식을 잔뜩 안기고, 사고 쳐도 화도 안내니 ‘이모 온다’고 하면 무척 좋아한다”며 “가끔 내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조카를 보면서 언니가 ‘너만 오면 내가 뒷전이다’고 하는데 기분이 좋다”고 했다.

때론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가족 압박 때문에 조카 사랑을 실천하기도 한다. “어차피 챙길 시댁도, 자식도 없는데 하나밖에 없는 조카나 챙겨라” 하는 말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모른 체 하고 넘어가자니 매정해 보이고, 주기적으로 뭔가를 사다 주자니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다”는 토로도 적지 않다. 특히 아이가 대놓고 뭔가를 요구할 땐 더욱 난감하다. 직장인 장모(28)씨는 “명절 때마다 조카들이 ‘이거 사달라’ ‘저거 사달라’고 하고, 용돈도 쥐어줘야 하는 탓에 깨지는 돈이 만만치 않다”고 털어놨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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