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계자 “검증 필요해 속도 내기 힘들어”
문재인 정부 공신간 힘겨루기로 지연논란도
여권, 국감에서 기관장 교체 위한 현미경 검증도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정부의 공공기관장 인선이 시작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공석이거나 임기가 끝난 기관장 수가 50여개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의 내각 구성이 어느 정도 마무리됨에 따라 각 부처 산하 기관장들과 공기업 사장들이 대거 인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2일 알리오와 관가에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41곳 공공기관 중 절반 이상인 20곳 이상 기관장이 교체를 앞두고 있다. 김용진 전 사장이 기획재정부 2차관에 6월 선임된 한국동서발전을 비롯해 남동ㆍ중부ㆍ서부ㆍ남부 등 발전 자회사는 사장 선출을 위한 절차를 준비중이다. 한국가스안전공사도 박기동 전 사장이 채용비리, 횡령혐의 등이 감사원 감사로 적발돼 자리에서 물러난 상황이고, 역시 채용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김정래 석유공사 사장, 백창현 석탄공사 사장도 교체될 전망이다. 채용비리가 드러난 정용빈 디자인진흥원장의 사표도 수리됐다.
또 이종인 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이상권 전기안전공사 사장, 박구원 한국전력기술 사장, 이재희 한전원자력연료 사장 등이 임기를 넘기고 일해오다 지난달 사표를 제출했다.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경영실적 악화를 이유로 임기가 9개월여 남았으나 스스로 물러났고, 직장내 성희롱 혐의 등으로 박기한 로봇산업진흥원장은 자진 사퇴한 상태다.
여기에 임수경 한전KDN 임수경 사장(20일)을 비롯, 이석순 가스기술공사 사장(24일) 정재훈 산업기술진흥원 원장(11월1일)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11월12일) 등 올해말 임기를 마치는 기관장도 8명이나 된다.
국토교통부도 주요 기관장 교체를 앞두고 있다. 친박계 국회의원 출신인 김학송 도로공사 사장과 홍순만 코레일 사장이 7월 사표를 각각 제출했고, 성희롱 발언으로 서종대 한국감정원장도 물러난 상태다.
기재부 산하 한국조폐공사와 한국투자공사 기관장도 공석이며 해양수산부, 농림축산식품부 등도 산하단체들도 추석 후 국정감사를 마치고 나면 5명 이상 기관장 교체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기관장 인선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규모 현미경 검증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어서,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다”며 “내각구성을 했던 모습을 보면 필요한 곳을 우선으로 순차적으로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선 여권 내부의 힘겨루기로 인선이 더욱 미뤄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 최근 공모가 진행중인 한국거래소 이사장 자리는 잡음이 나오고 있다. 유력후보로 거론됐던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과 이철환 전 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이 후보지원을 철회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 측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던 김성진 전 조달청장, 문 대통령과 경희대 법학과 동문인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 부산 출신인 정지원 한국증권금융 사장 등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이 추천한 김광수 전 원장이 물러난 것을 보면 장 실장 라인이 최근 금융권 인사에서 독주하는 것을, 문 대통령 캠프 라인에서 견제하려 든 것으로 보인다”며 “여당이나 캠프출신들이 좀 더 많은 자리에 합류하기 위해 이번 국감에서 기존 기관장들을 최대한 솎아내려 하는 만큼, 추후 움직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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