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명절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이번 추석은 역대 최장인 10일간의 황금연휴인 데다 이동 인원 또한 역대 최대 규모인 3,700만 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과 세대를 초월한 귀향 행렬이 연휴 기간 뒤섞여 거대한 민심의 흐름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 기간 민심의 용광로에서 형성된 여론은 안보위기 대처, 적폐청산, 권력기관 개편, 경제민주화 등 문재인 정부의 초반 정책 드라이브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동인이 될 게 분명하다.
이를 잘 아는 여야 지도부는 연휴 기간에도 소외계층 방문 일정 등을 소화하며 민심잡기 경쟁에 나선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일 지역구인 광진구 자양시장을 방문해 상인들을 만난 데 이어 2일에는 인천항 여객터미널에서 귀향객들에게 인사를 할 예정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안철수 국민의당,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도 청년 현장간담회 등을 통해 민심을 청취하고 고향이나 지역구에 머무르며 정국구상에 몰두한다고 한다.
정치권의 분주한 움직임은 연휴 직후 본격화할 정기국회와 국정감사(12~31일)를 대비한 주도권 잡기의 일환이기도 하다. 나아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번째 전국단위 선거인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선점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여권은 안정적 국정운영과 개혁 드라이브를 위해 지방선거 승리가 필수적이다. 대선 패배 후 이슈 선점에 실패하며 새로운 보수의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야권으로서도 내년 지방선거 승리는 결코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의 싸움이다.
정당들이 선거를 의식해 힘 겨루기를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지금이 초유의 비상시국이라는 점이다. 국민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한반도 안보위기 상황과 사상 최악의 실업난, 1,4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등 생활고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민생과 안보를 팽개치고 정략적 잇속만 챙길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추석인사 동영상에서 “여성과 남성, 젊은이와 어르신이 함께 즐기고 어울릴 수 있는 한가위가 되시길 바란다”는 인사를 전하면서 이해인 수녀의 시 ‘달빛기도’를 인용했다.‘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내/ 좀더 환해지기를/ 모난 미움과 편견을 버리고/ 좀더 둥글어지기를.’ 가족과 세대 간 화목은 물론 정쟁에만 몰두해 온 정치권의 화합을 기원하는 메시지로도 읽힌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여야가 추석민심을 제대로 살펴 민생을 돌보고 초당적으로 안보 위기에 대처하는 상생과 책임의 정치에 앞장서주길 간곡히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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