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48) 축구대표팀 감독이 한가위 연휴에 무거운 마음으로 유럽 원정을 떠난다.
신태용호는 2일 소집해 유럽 전지훈련의 첫 장소인 러시아 모스크바로 떠나 내년 월드컵 개최국 러시아와 경기(한국시간 7일 오후 11시)를 벌인 뒤 스위스 빌로 이동해 모로코와 두 번째 평가전(10일 오후 10시30분)을 치른다.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확정한 뒤 첫 모의고사다. 9개월 남은 본선 밑그림을 그리고 선수들의 기량을 평가해야 하는 냉정한 무대다. 당연히 결과보다는 내용과 테스트가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평가전을 향한 시선은 날카롭기만 하다.
때 아닌 ‘히딩크 영입론’이 불거지면서 신태용 감독은 벼랑 끝에 몰렸다. 대한축구협회가 최근 기술위원회를 열어 “월드컵은 무조건 신태용 감독과 함께 간다”고 다시 한 번 못을 박았지만 여전히 여론은 냉담하다. 일부 팬들은 마음속으로 ‘신태용 감독, 이번 평가전에서 못하기만 해봐’라고 벼르고 있는 듯하다.
가뜩이나 이번 대표팀은 두 차례 조기소집에 응한 국내 프로축구 구단을 배려해 K리거를 한 명도 뽑지 않은 불완전한 멤버다. 신 감독은 “평가전에서 패배하면 후폭풍도 예상되지만 흔들리지 않겠다. 감독이 (여론에) 좌지우지 되면 곤란하다. 소신을 갖고 테스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솔직히 신경은 많이 쓰인다. 10월 평가전이 이런 분위기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3년 전 추석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축구협회는 추석연휴였던 2014년 9월 5일 울리 슈틸리케(63) 전 감독의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당시 9월 5일 베네수엘라-9월 8일 우루과이와 두 차례 평가전이 이미 예정된 상황이라 신태용 수석코치가 임시사령탑으로 대표팀을 지휘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9월 8일 입국해 우루과이전만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두 차례 평가전 뒤 신 감독은 좋은 평가를 받았다. 베네수엘라와의 경기에서 전방 압박을 강화한 4-1-4-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와 3-1 완승을 했고, 우루과이를 상대로는 기성용(28ㆍ스완시티키)을 수비 중심에 세운 스리백 전술로 팬들을 놀라게 했다. 디에고 고딘(31)에게 헤딩골을 내줘 0-1로 졌지만 상대 공격을 무력화하는 수비와 빠른 역습 축구에 팬들은 찬사를 보냈다. 직전 브라질 월드컵 참패로 절망에 빠져 있던 대표팀에 희망을 안긴 한 판이었다.
월드컵을 앞둔 신 감독에게 3년 전처럼 격려와 박수가 필요한 시점인데 상황은 정반대다. 신태용호가 유럽 원정을 마친 뒤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관심이다. 극적인 분위기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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