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승엽/사진=삼성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살아있는 전설' 이승엽(41·삼성)과의 작별이 성큼 다가왔다.
이승엽은 오는 3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넥센과의 경기에서 은퇴식을 치른다. 1995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해 23년간 KBO리그를 들썩이게 한 '국민타자'의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날이다.
이승엽 주요 부문 통산 기록
◇꾸준하고, 화려했던 이승엽
이승엽은 곧 KBO리그의 역사다. 그만큼 많은 기록을 쌓아 올리며 프로야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승엽'하면 빼놓을 수 없는 홈런(465)을 시작으로 타점(1,495)·득점(1,351)·루타(4,066) 등 각종 부문에서 통산 1위에 올라있다. 일본에서 8년간(2004~2011) 뛰고도 KBO리그의 각종 기록을 세울 만큼 독보적인 존재였다. 2003년 작성한 56홈런은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는 한 시즌 최다 홈런기록이다.
저절로 만들어 지는 것은 없다. 김한수(46) 삼성 감독은 이승엽의 활약에 대해 "잘 하기도 하지만, 부상 없이 꾸준히 뛴다. 그런 시즌들이 쌓여서 기록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른생활 사나이'로 불릴 만큼 철저한 자기 관리가 뒷받침 됐기에 오늘 날의 이승엽이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이러한 자세는 후배들에게도 본보기가 됐다. '포스트 이승엽'으로 불리는 구자욱(23·삼성)은 "프로선수가 갖춰야 할 기본 의식에 대해 많이 말씀을 해주셨다. 이승엽 선배가 안 계셨다면 아마 나도 더 흐트러져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승엽은 "야구가 날 이렇게 만들었다"며 "나도 야구를 하기 전에는 노는 걸 참 좋아했다. 하지만 야구를 시작한 뒤에는 가고자 하는 방향이 있었기 때문에 내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고 말했다.
◇9번의 이별 연습, 그리고 진짜 이별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각 구단들은 이승엽의 은퇴를 앞두고 KBO리그 최초의 은퇴 투어를 계획했다. '국민타자'와의 이별이라는 점에서 모두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순철 SBS SPORTS 해설위원은 "이승엽의 은퇴는 이승엽 혼자 만의 일이 아니라 KBO리그 전체의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8월부터 시작된 은퇴 투어에서 각 구단들은 의미 있는 선물을 준비해 이승엽의 '이별 여행'을 더 뜻 깊게 만들었다. 한화는 보문산 소나무 분재, 넥센은 이승엽의 등번호 36가 새겨진 유니폼을 전했다. SK는 은퇴 후 여행을 즐기라는 의미에서 여행용 가방과 세계 지도 등을 안겼고, KIA는 이승엽이 데뷔 첫 홈런을 때려낸 광주 무등구장의 관중석 의자를 선물했다. 롯데는 순금 10돈으로 만든 잠자리채, NC는 창원을 상징하는 누비자 자전거 모형, kt는 인두화, 두산은 이천 달항아리, LG는 이승엽의 응원가가 내장된 목각 기념패를 전달했다.
그리고 이제 진짜 이별이 남았다. 이승엽의 은퇴식이 예정된 3일 넥센전은 일찌감치 매진(2만4,000장)돼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짐작하게 했다. 삼성은 이승엽의 은퇴식에 심혈을 기울여 준비 중이다. 시작은 아내 이송정(35)씨가 연다. 이씨는 3일 이승엽의 은퇴식에서 시구를 맡았다. 시포자 이승엽이 공을 받는다. 이씨는 "은퇴식은 저와 아이들에겐 야구선수가 아닌 남편, 아버지로 돌아오는 출발점인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승엽이 꿈꾸는 마지막 무대
이승엽을 표현하는 말 중에 하나는 '겸손'이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스타였지만 늘 자신이 빛나기 보다 팀을 먼저 앞세웠고, 후배들을 생각했다. 은퇴 투어를 치르면서도 팀에 피해가 가는 것을 가장 걱정했다.
하지만 3일 은퇴식을 앞두고는 그도 조그마한 '욕심'을 낸다. 그날 하루만큼은 가장 화려하게 빛나고 싶다. 이승엽은 "3일 경기를 최상의 몸 상태로 치르기 위해 준비 중이다"며 "두 아들(은혁, 은준 군)에게는 누구보다 강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이고 싶다. 또 아내(이송정 씨)가 처음으로 시구를 한다"며 "그날만큼은 내가 주인공이고 싶다"며 마지막 무대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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