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12년째 이웃 사랑 ‘기부왕 소방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12년째 이웃 사랑 ‘기부왕 소방관’

입력
2017.10.01 15:36
0 0

나주소방서 최복동 소방장, 휴일마다 폐품 모아 나눔 실천

추석 맞아 장애인시설 먹거리 전달… 연말 누적 기부금 1억 예상

폐품 나르는 최복동 소방장 . 연합뉴스
폐품 나르는 최복동 소방장 . 연합뉴스

“봉급을 쪼개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땀을 흘린 만큼 더 많은 이웃에게 사랑을 나눠준다는데 보람과 의미가 있잖아요”

전남 나주소방서 봉황119지역대 최복동(54) 소방장의 별칭은 ‘폐지 줍는 소방관’이다. 휴일마다 폐품을 모아 나눔을 실천하는 그의 모습을 본 주변인들이 붙여줬다.

그는 틈틈이 모은 폐품을 판 수익금으로 12년째 소외된 이웃을 돕고 있다. 2인 1조로 고된 야간근무를 마치고 난 뒤에도 그의 발걸음은 바쁘다. 그의 선행이 알려지면서 폐지와 고철 등을 모아 놓고 가져가라고 연락을 주는 이들이 늘어서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28일. 근무를 마친 그는 제복을 벗고 작업복에 목수건을 두르자마자 서둘러 자신의 트럭에 올랐다. 이날은 전남 담양에서 유기농 비료를 생산하는 영농조합법인 조영섭(57)대표가 ‘폐품을 모아놓았다’고 그에게 연락을 줘 가지러 가는 길이었다. 조 대표는 10여년 전 TV를 보고 연락해 와 인연을 맺은 지인이다.

유기농 비료 생산 과정에서 나온 고약한 냄새 때문에 힘들 법도 하지만 종이포대와 플라스틱, 고철 등을 트럭에 가득 싣는 그의 표정은 환하기만 했다. 자신의 나눔 실천에 도움을 최 대표에 대한 고마움과 추석선물을 기다리는 어린이들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1997년 소방관으로 입문한 뒤 주로 농촌 지역에서 근무하면서 주변에 홀몸노인과 조손가정, 장애인 등 어려운 이웃이 생각보다 많다고 느꼈다. 그들에게 도움을 줄 방법을 찾던 그는 2006년부터 휴식 시간에 빈 병이나 폐지를 주워 팔기 시작했다.

1㎏당 폐지는 80원, 고철은 130∼140원에 불과해 온종일 일해도 몇천원 남짓한 돈을 손에 쥘 뿐이지만 폐품을 모은 첫해에 지역 내 장애인시설에 처음으로 먹거리를 기부했다.

그렇게 시작된 나눔 실천이 이어지면서 그의 주변에서 ‘도와주고 싶다’는 사람들이 늘었고, 급기야 근무지와 가까운 나주시 남평읍의 한 마을에 공터가 넓은 집을 한 채 빌려 폐품을 모아 해마다 500만원 상당의 기부 활동을 해왔다.

올 연말이면 폐품 판매 기부액이 1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그는 이번 추석에 나주의 한 장애인시설에 김 20상자를 전달하고, 연말에는 1년간 폐품을 판 돈을 털어 지역사회에 쌀을 기부할 계획이다.

그는 “지저분한 폐품이지만 물품이 쌓일 때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나눔 봉사를 계속하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나주=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