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후임병에게 조각난 사과를 들게 하고 식칼로 내리쳐 자른 선임병에게 폭행죄가 인정됐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 강승준)는 특수폭행과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강모(23)씨에게 1심 판단과 같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강씨는 군 복무 중 후임병 J씨의 허벅지에 전동 드릴을 대고 3초간 켜놓거나, 오른쪽 귀 부근에 드릴을 두고 7초간 작동시켰다. 또 J씨에게 조각난 사과를 두 손으로 잡게 한 뒤 식칼로 내리쳐 사과를 자르기도 했다. 게다가 강씨는 J씨 특정 신체부위를 더듬거나 수 차례 때리며 강제추행하고, 레슬링을 하자며 다른 후임병 P씨의 어깨와 손목 등을 꺾었다.
군 검찰 수사를 받은 강씨는 군사법원에 기소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받고 항소했다. 그는 이후 전역해 민간인 신분이 됐다. 강씨는 법원에서 “전동 드릴을 작동하거나 식칼로 사과를 내리친 건 신체에 직접 고통이 가해진 건 아니라서 폭행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레슬링을 하다 상해를 입힌 일에 대해선 “의도치 않게 벌어진 일”, 추행에 대해선 “후임병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폭행죄에서 말하는 폭행은 사람의 신체에 대해 육체적ㆍ정신적으로 고통을 주는 행위를 뜻한다”며 “반드시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강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해 혐의를 두고도 “가만히 있는 피해자에게 레슬링을 한다는 명목으로 일방적으로 상해를 가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강제추행에 대해서도 강씨 주장을 물리치며 유죄로 인정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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