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월이면 꺼질 것” 예상 깨고
7개월간 5000톤 이상 누출
포항시 “불의 공원 꾸며 놓고
전문기관 조사 결과 나오면
구체적인 계획 세울 것”
경북 포항에서 지하수 개발 도중 10m가 넘는 불기둥을 만들어 낸 ‘천연가스전'이 반년을 넘어 7개월째 활활 타오르고 있다. 불기둥 규모는 다소 줄었지만, “2,3개월이면 꺼질 것”이라던 예측이 빗나가면서 향후 용도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포항시는 천연가스전을 ‘불의 공원’으로 조성, 관광자원화하는 방안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제성 있는 가스전으로 확인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라는 기대감도 갖고 있다.
화제의 천연가스전은 올해 3월 8일 포항시가 남구 대잠동 폐철도 구간을 공원으로 바꾸는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굴착기로 조경수에 공급할 지하수 관정을 뚫다가 갑자기 불이 붙었다. 작업자가 화상을 입었고, 굴착기는 못쓰게 됐다. 출동한 소방대는 거품 소화액을 퍼붓고 흙으로 덮었지만 진화에 실패했다.
당시 현장을 조사한 전문가들은 한 달, 길어도 2, 3개월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곳은불꽃 크기만 처음보다 줄었을 뿐 200일 넘게 활활 타고 있다. 옛 폐철도 구간에는 굴착기가 꽂힌 채로 불길이 치솟고 있다.
이에 포항시는 중단했던 공원 조성공사를 재개하고 불길 주변에 방화유리 등 안전시설을 설치했다. 또 내년 상반기까지 천연가스 현장에 1억원의 사업비로 불을 형상화한 성화대 형태의 조형물과 안내판 등을 설치, 가로와 세로 각 10m 크기의 가칭 '불의 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시는 굴착기가 박혀 있는 현장에서 흙을 쌓은 부분을 그대로 유지한 채 호박돌로 지름 20m 정도 감싼 뒤 배수로와 안전 담장을 설치하는 방안과 굴착기와 성토부를 모두 제거하고 불꽃만 남기고 꾸미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다 불길 아래 족욕탕을 만들어 관광객들이 휴식을 취하며 볼 수 있도록 하거나 주변에 불과 관련한 조형물을 설치하는 방안도 고심 중이다. 천연가스 분출 과정 등을 담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지역 학생들과 어린이들의 현장학습 공간으로도 활용할 방침이다.
포항시가 이 곳을 공원화하려는 계획은 예상보다 불꽃이 오래갈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당초 시민 안전을 위해 강제 진화를 검토했으나 기술적 어려움이 있고, 안전문제도 걱정돼 포기했다. 대신 전문기관의 조사가 끝난 뒤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일반적으로 경제성 있는 가스전은 매장 지점이 지하 1㎞보다 깊다. 포항 천연가스는 시추공이 200m가량 땅속에 박혔을 때 터져 나온 만큼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불꽃 틈으로 거품과 함께 지하수가 섞여 나왔고, 불기둥 크기도 줄었다. 지하수 속에 섞여 있던 천연가스가 시추공을 통해 뿜어 나온 것으로 판단됐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누출된 천연가스가 5,000톤이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주택용 천연가스 요금으로 환산하면 40억원에 달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는 “지난 1988년 포항 흥해읍 성곡리에서 발견된 가스가 아직도 새어 나오는 걸 미뤄 볼 때 포항 대잠동 천연가스 불꽃도 계속 탈 수 있을 것 같다”며 “땅속 깊은 곳에 묻힌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정확한 매장량은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 7월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매장량과 가스성분 등을 분석하는 정밀조사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최종 결과는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탐사비용만 총 1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시청 게시판 등을 통해 천연가스전 주변 개발과 관련해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이 들어오고 있다”며 “예정대로 공원으로 꾸며놓고 전문기관의 매장량 조사 결과가 나오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추진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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