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명 건보 혜택 없앤 인물이…”
공금 40만달러 사용 논란에 물러나
비싼 전세기를 지나치게 자주 이용해 ‘세금 낭비’ 논란을 빚은 톰 프라이스 미국 보건복지부장관이 결국 2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백악관은 이날 프라이스 장관의 사직서를 트럼프 대통령이 수리하고 돈 라이트 부장관을 대행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프라이스 장관은 사직서에서 “최근 사건이 보건부 장관으로서의 활동에 큰 방해를 초래했다”고 사직 사유를 밝혔다.
앞서 프라이스 장관은 지난 5월부터 전세기를 총 26회 타면서 공금 40만달러(약 4억6,000만원)를 사용했다는 보도가 나오며 물의를 빚자 공개 사과했다. 여기에 미국 온라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프라이스 장관이 전세계를 여행하는 데 최소 100만달러(11억4,000만원) 가량을 쓴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미 프라이스 장관의 지나친 공금 사용에 “행복하지 않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바 있다.
사퇴 직후 프라이스 장관의 ‘여행 블로거’를 연상케 하는 행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프라이스 장관이 보건복지부 직원들에게 ‘위크 인 리뷰’라는 메일을 보내 수시로 자신의 출장 활동을 홍보하고, 사진 1,900여장을 온라인 사진 블로그 서비스 ‘플리커’에 공유했다고 전했다. 5월에는 유엔 세계보건회의 참석차 방문한 스위스 제네바 유엔사무국에서 풍경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6월에는 전용기를 타고 테네시주 내슈빌로 향해 자신 소유의 콘도미니엄을 방문하고 아들과 점심식사를 하기도 했다.
NYT는 “보건복지부 내부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반(反)복지 성향 때문에 막대한 예산을 잃은 상황에서 장관은 외유 자랑을 늘어놓는 모습에 불만이 팽배했다”고 전했다. 프라이스 장관 본인도 대표적인 ‘오바마케어’ 비판자로 공중 보건비 지출 축소를 선호하는 인물이다. 제프리 데이비드 콕스 미국공무원연맹(AFGE) 회장은 “사람들을 요양원에서 쫓아내고, 수백만의 건강보험 혜택을 없앤 인물이 부인과 함께 전용기를 타고 세계를 돌아다니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내각에서 전세기 사용 논란에 휘말린 인사는 프라이스뿐이 아니다. 폴리티코와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라이언 징크 내무장관은 지난 6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몬태나주에 있는 자신의 집까지 비행하면서 전세기를 사용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지난달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자신의 부인과 전용기를 타고 이동했다는 논란에 휩싸였으며 스콧 프루이트 환경청장도 이미 전세기 이동에 5만8,000달러를 사용했다. 국가안보와 관련한 부처에서 일하지 않는 미국 고위관료는 외국 순방때 가능한 한 전세기가 아닌 상업 비행기편을 이용해야 한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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