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신애가 본지와 인터뷰 도중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안신애(27ㆍ문영그룹)는 '루키즘(Lookismㆍ외모지상주의)'의 수혜자인 듯 보이지만, 한편으론 피해자이기도 하다. 화려한 외모와 패션이 지나치게 부각되는 탓에 장점들이 가려지고 있는 측면이 있다. 안신애는 내면이 강하다.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본지가 독점 연재한 ‘안신애의 필드 다이어리’에서도 속 깊은 생각들을 꺼내 놓은 바 있다.
행복에 대한 그의 가치관도 또렷하게 정립돼 있었다. 안신애는 최근 본지와 통화에서 골프와 일상에서 얻는 행복에 대해 털어놨다.
그는 지난 24일 끝난 미야기 TV배 던롭 여자오픈에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진출 후 최고 성적인 공동 12위에 올랐다. 안신애는 JLPGA 투어 데뷔 후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을 꼽았다. 그는 “데뷔전이었던 5월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살롱파스컵에 많은 팬 분들이 와주셔서 감동이었다. 특히 한 소년 팬이 떠오른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그린에서 퍼트를 하고 있었는데 아이가 소리를 냈다. 집중을 하지 못해 쳐다봤는데 알고 보니 장애를 가진 소년이더라. 중학생쯤 돼 보였는데 옆에 계셨던 부모님께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미안함 가득한 눈빛을 보내셨다”며 “불편한 몸으로 골프장까지 와 내 사진이 프린트된 종이에 사인을 받겠다고 해서 뭉클했다. 그래서 기꺼이 사인을 해줬다”고 덧붙였다.

프로 9년 차에 접어든 그는 골프를 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지난 2015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대회 이수그룹 KLPGA 챔피언십 우승 때를 언급했다. 그는 “2009년 신인왕을 수상하고 이듬 해 2승을 거뒀다. 팬들에게 ‘슈퍼 루키’라는 기대감을 안겼지만 이후 부진하며 실망감을 가져다 줬다. 한동안 슬럼프를 겪었는데 메이저 우승을 통해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 기쁘고 감사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4명의 선수가 4차 연장을 벌였다. 평소보다 2~3배 긴장된 상황이었지만, 경기를 차분하게 잘 마무리했다. 우승해서 굉장히 만족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안신애는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곤 한다. 그는 “한국에 있을 때 시간이 나면 애완견하고 논다. TV를 시청하고 책을 읽고 음악 듣는 그런 일상이 좋다. 여름엔 에어컨을 켠 채 짜장면을 시켜먹고 그랬다”고 말했다.
아버지 안효중(65)씨가 췌장암 수술 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외동딸 안신애로선 가장 기쁜 소식 중 하나다. “완치 판정을 받은 것은 아니다. 중증환자 스티커는 수술 후 5년이 지나야 뗀다더라”고 운을 뗀 안신애는 “수술 직후보다 10kg 정도 살이 찌셨다. 건강을 되찾으셨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안신애가 차 안에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사진=안신애 제공.
기분에 따라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영화를 본다는 그는 영화 ‘라라랜드’, ‘비긴 어게인’, ‘어바웃 타임’ 등이 특히 재미있었다고 했다. 어바웃 타임은 3차례나 다시 봤다고 웃었다. 그의 휴대전화 컬러링은 어바웃 타임의 OST인 ‘How Long Will I Love You’다.
그는 “팝을 좋아한다. 비욘세(36ㆍ미국)의 곡들도 자주 들으며 요즘엔 샘 스미스(25ㆍ영국)의 목소리에도 푹 빠졌다”고 자신의 음악 취향을 공개했다. 안신애는 유려한 언변의 소유자다. 비결은 독서였다. 그는 “이동 중에 책을 읽기도 하는데 ‘99℃(호아킴 데 포사다 저)’라는 책이 인상 깊었다”며 “장애우가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주인공이 스스로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운동 선수로서도 공감이 됐다. 그래서 순식간에 읽었다”고 얘기했다.
안신애는 “내가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해서 행복한 것도 좋지만, 요즘엔 내 말과 행동, 골프를 통해서 누군가를 기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하는 편이다. 물론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외동딸이라 어렸을 땐 부모님이 챙겨주시는 게 행복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엔 부모님을 챙겨드려서 부모님이 기뻐해주시는 모습을 보는 게 행복이다”며 “골프를 할 때 역시 버디를 하면 캐디 오빠가 기뻐해준다. 함께 기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도 행복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행복을 느끼는 것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쉽거나 어려울 수 있는 것 같다“면서 ”나는 사소한 것에 감사하고 기쁨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신애는 성공과 행복에 대한 철학도 꺼내놨다. 그는 “그 둘이 동등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힘든 삶이 될 것 같다”며 “나도 성공과 행복을 나란히 바라봤던 순간이 있었다. 둘을 같은 선상으로 여기니 성공이 따라올 경우 행복했지만, 그렇지 않을 땐 심리적으로 힘들고 괴롭더라. 그래서 요즘엔 그런 생각을 버렸다”고 웃었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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