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엔 입 모양 잘 보이게
모임ㆍ학급에서 자리 마련해야
자폐성장애인은 시선 모으기 중요
먼저 관심을 갖고 활동 제안하길
“차별 없애야” 당위성만 강조 말고
장애의 언어 배우는 노력 필요
“장애 출현율은 자연적으로 10% 정도 된다고 해요. 그런데 한국인들에게 한 달이면 몇 번이나 장애인을 보냐고 물으면 10%는커녕 0.1%도 안 될 거예요. 더 좁혀 ‘사회생활을 함께 하면서 본 장애인이 몇 명이나 있냐’고 물으면, 아예 평생 한 번도 못 봤다는 사람들이 꽤 될 겁니다.”(안승준ㆍ36ㆍ한빛맹학교 수학교사)
어느 사회든 그 안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공존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장애인의 사회통합만 강조했을 뿐 비장애인들이 장애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서는 비장애인들이 시민의 양식으로서 ‘장애의 언어’를 배우고 익히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비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의 이해가 필수적이다. 아이들이 다양한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비장애인이 장애인의 동료시민으로서 올바르게 행동하고 적절하게 도울 수 있도록 상황별 소통방법을 정리해 본다.
시각장애인에게는 구체적인 표현 써야
시각장애인에게는 언어가 곧 눈이다. 그러므로 시각장애인과 대화할 때는 언어 사용이 매우 구체적이어야 한다. ‘이쪽’, ‘저쪽’ 등의 표현 대신 ‘왼쪽으로 10m쯤 간 후 오른쪽’이나 ‘11시 방향’과 같이 구체적으로 물건의 위치나 길을 안내한다. 함께 식사를 할 때도 수저가 있는 곳과 무슨 음식이 담겨 있는지를 작은 소리로 설명해 주는 게 좋은데, 이때도 “1시 방향에 시금치무침이 있고, 6시 방향에는 김치국이 있어요”처럼 시계방향으로 안내하는 것이 좋다. 의자에 앉을 때는 시각장애인의 손을 책상 가장자리나 의자 등받이에 살짝 갖다 대주면서 책상과 의자의 위치를 말로 설명해 주는 게 좋다.
시각장애인이 가지고 다니는 흰 지팡이는 눈과 같은 역할을 하는 중요한 물건이다. 지팡이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흰 지팡이는 오로지 시각장애인에게만 독점적 사용이 허용된다. 시각장애인을 만났을 때는 “안녕하세요, 저는 ○○○이라고 해요. 혹시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먼저 묻고, 도움을 요청 받으면 흰 지팡이 반대편에 서서 자신의 팔꿈치를 내밀어 시각장애인이 붙잡게 해야 한다. 흰 지팡이를 만지거나, 잡아 끄는 것은 금물이다. 불쾌할 뿐 아니라 시각장애인이 신체 움직임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팔꿈치를 내밀어 시각장애인이 잡게 한 후 흰 지팡이의 반대편에 서서 반걸음 앞서 걷는 것이 가장 좋은 보행 안내법이다. 지체장애인과 계단을 오를 때에도 마찬가지로 팔을 내밀어 지체장애인이 나의 팔에 의지해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한다.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과 함께 이동할 때는 문을 열어주거나 잡아주는 게 팔이나 휠체어를 잡아주는 것보다 더 좋다.
시각장애인에게 친근감을 표시한다며 맹도견을 쓰다듬거나 만지며 먹이를 주는 경우도 있는데, 해선 안 되는 행위다. 안내견의 반응이 달라지면 영문 모르는 주인이 당황하기 때문이다. 맹도견은 정해진 먹이 외에는 눈길도 주지 않도록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받아먹지 않지만, 만약 먹이를 따라 개가 움직일 경우 주인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영화나 스포츠 관람, TV 시청에 관심이 있는 시각장애인에게 내용을 설명해 주면서 함께 관람하면 얼마든지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럴 경우 말실수를 저지를까 봐 입을 다물고 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당신이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라고 말하는 것은 실수지만, “붉게 물든 저녁 노을이 오늘따라 더욱 아름다워 보이네요”라고 자상하게 눈 앞의 풍경을 묘사해주면 아름다움을 누리는 기쁨을 시각장애인과 자연스럽게 공유할 수 있다.
청각장애인과 대화하기 위해서는 수화를 배우는 게 좋지만, 수화를 못 한다고 해서 소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종이나 휴대폰에 메모를 해서 대화할 수 있다. 입 모양을 정확히 해주고, 짧은 문장으로 말하면 메모 없이도 의사소통 할 수 있다. 수화하는 모습을 신기하다는 듯 빤히 쳐다보거나 귓속말로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행동은 금물이다. 모임이나 학급에서 자리를 배치할 때는 입 모양이나 시각 자료를 잘 볼 수 있는 앞쪽 중앙에 자리를 마련해 주는 게 좋다.
“함께 놀고 싶은데 표현을 못해 때리는 거야”
정신지체 학생은 비장애 학생과 똑같은 생리적, 사회적, 정서적 요구를 가진다. 그러나 주의력 유지가 힘들어 과제에 집중하는 시간이 짧고 정신을 산만하게 하는 자극들을 잘 억제하지 못한다. 언어발달과 사회성 발달을 촉진시키기 위해 통합교육이 가장 필요하고 효과적인 학생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학급 안에서 문제행동들로 인해 실질적인 통합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장애 아동들에게 가장 잘 이해시켜야 할 유형의 친구들이다.
정신지체 아동들이 보이는 문제행동은 같은 행동이라도 상황에 따라 원인이 다르다. 예컨대 지저분한 행동을 할 때는 화가 나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친구들의 반응이 재미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 만일 화가 나서 그런 것이라면 친구들은 “나 화났어. 하지 마!”라고 말로 표현하도록 돕고, 습관적인 것이라면 “더러워. 하지 마!”라고 친절하지만 단호하게 말해주는 게 좋다. 친구들의 반응 때문이라면 못 본 척 외면해야 한다. 수업시간에 일어나 교실을 돌아다닐 때는 살짝 손을 잡아 앉히고, 잘 앉을 때마다 칭찬하거나, 돌아다니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남의 물건을 허락 없이 가져가거나 만질 때는 봐도 되는지 가져도 되는지 먼저 물어보도록 도와야 한다.
정서장애 학생은 “빨간 구두만 신으면 춤을 멈출 수 없는 안데르센 동화 속 아가씨처럼 자신의 행동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친구들”로 설명해주면 이해가 쉽다. 친구를 때리거나 아무 때나 소리지르고 큰 소리로 우는 등의 행동이 몸놀림을 스스로 멈출 수 없는 것과 같아 다른 친구들이 도와줘야 한다고 설명한다.
친구를 때리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할 때는 “친구가 돼 함께 놀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러는 거야”라고 설명해주고, 공격 행동에 대응해 싸우지 않게 한다. 스스로 자기 몸을 때리는 행동을 할 때는 어렵거나 하기 싫은 과제 때문일 수 있으므로 아주 쉽고 적은 분량의 과제를 개별적으로 내준다. “싫어요. 쉬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같은 말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돕고, 그런 말을 할 때 칭찬, 격려해 주는 것도 좋다. 여러 가지 활동을 주고 골라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것도 효과적 대안이 될 수 있다. 교사나 친구들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행동일 때는 놀라거나 싫어하는 모습을 보이지 말고, 그냥 못 본 체하거나 말없이 손을 잡아 행동만 멈춰준다.
이상한 몸짓을 계속 반복하는 상동행동은 다른 좋아하는 활동으로 유도하면 멈출 수 있는데, 이때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친구들 모두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게 좋다. 특히 중요한 것이 절대로 이 행동을 친구들이 따라 하면 안 된다는 것. 따라 하면 그 행동이 좋은 행동인 줄 알고, 더 많이 하게 되기 때문이다.
자폐성 친구와는 놀이의 규칙 바꿔 놀기
사회적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는 자폐성장애는 사회성 발달을 위해 통합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유진아, 감기 다 나았니?”라는 질문에 “유진이는 자동차가 좋아요”라고 대답하는 식으로 의미 있는 대화를 하기 어렵고, 몸짓이나 표정으로 말하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자폐성장애의 특징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반복하는 반향어 사용(“너는 몇 학년이야?”에 “너는 몇 학년이야?”로 답하기)과 ‘나’, ‘너’ 대신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자, 이번에는 누가 해볼까?” “유진이가요~ 유진이가 해볼래요!”)도 마찬가지다. 친구의 이 같은 특징을 미리 숙지하고 있어야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을 시도할 수 있다.
자폐성 친구가 상동행동이나 자해, 소리 지르기 등 행동을 할 때는 정신지체나 정서장애 친구와 상호작용하는 방법과 비슷하게 대응한다. 다만 눈 맞추기가 어려운 자폐의 특성상 함께 어울릴 때 시선을 모으기 위한 방법들을 알아두면 유용하다. 친구의 눈앞에서 양손의 검지 손가락을 눈 앞에 붙이면서 시선을 모으거나 친구의 얼굴 바로 앞에서 눈을 쳐다보면 친구의 시선을 끌 수 있다. 손수건이나 종이로 얼굴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방법으로 시선을 끌 수도 있다. 자폐성 아동이 먼저 말을 걸거나 같이 놀자고 하는 일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친구들이 먼저 관심을 갖고 손을 내미는 게 중요한데, 과학실이나 운동장에 갈 때 함께 나가고 지금 하고 있는 활동이나 상황에 대해 계속 얘기해 주며 이끌어 주는 게 좋다.
정신지체나 자폐성 장애, 학습장애 아동들이 학습이나 놀이에 어려움을 겪을 때 많은 아이들이 전면적 배제나 전면적 수용으로 대응하기 쉽다. 덧셈과 뺄셈을 공부하는 시간에 ‘어차피 가르쳐줘도 잘 모르니 그냥 답을 보여주자’거나 피구 놀이 시간에도 ‘넌 규칙을 모르니 빠져’라고 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 친구들에게는 보다 쉽게 규칙을 변경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아이들에게 잘 납득시켜야 한다. 도서관에서는 글씨가 적은 쉬운 책을 고르도록 돕거나 쉬운 문제를 풀도록 제안하는 식으로 ‘어떻게든 함께 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대원칙이 되어야 한다.
차별과 편견이 없어야 한다고 당위론적으로 강조한다고 해서 저절로 없어지지는 않는다. 구체적, 상황별 이해 없이 도와야 한다는 도덕적 의무만으로 제대로 도울 수도 없다. 모두가 한데 어울려 잘 살아가는 것이 일방적으로 돕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장애이해 교육의 목표다. 한 교실에서, 한 사무실에서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이 편견과 차별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비장애인들은 장애에 대해 더 잘 알고 공부할 필요가 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참고: 국립특수교육원 ‘유ㆍ초등학생 장애이해 교육’, 교육부 ‘초ㆍ중등학교 통합교육 실행 가이드북’, 부산광역시교육청 ‘장애학생의 문제행동 중재 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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