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대상 10명 중 7명
일반학교에 배치돼 있지만
교사들 장애이해 교육 태부족
부모들 통합교육 원하지만
현실은 방치ㆍ괴롭힘ㆍ차별…
특수학교로 전학 잦아

지적장애 2급 아들을 지난해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류승연(41)씨는 가을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아이의 반 학부모들이 교육부에 아들 퇴학을 요구하는 진정을 넣기로 했다는 거였다. “학급에 엄청난 괴물 같은 아이가 있어서 반 아이들을 위협하고, 수업시간에도 돌아다녀 방해가 된다”는 게 진정 요지였다. 3월부터 돌던 얘기가 반 년이 더 지나서야 류씨 귀에 들어온 것이다.

“입학 초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가 의사소통이 안 되니 문제행동들을 한 거예요. 그런데 장애이해 교육이 전혀 없었던 아이들이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담임교사도 바쁘다 보니 제대로 대처를 못한 거죠. 엄마들 사이에 ‘장애학생이 우리 애들을 할퀴고 때린다’는 소문이 퍼지고, 편견에서 비롯된 공포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어요.”

의심의 여지없이 통합교육을 받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류씨의 확신은 옆 반 2학년 형이 “야, 병신새끼 또 왔다” 말했다는 걸 듣고 심각하게 흔들렸다. 형들이 하는 말을 들은 1학년 아이들도 순식간에 배워 ‘바보 왔다’ 놀려대는 상황에서 엄마의 교육철학을 고집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고민스러웠다. 아들이 2학년이 된 올해는 특수학급 교사마저 세 번이나 특수학교 전학을 권했다. 처음엔 웃으며 흘려 들었지만, 여기선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사들과 교장선생님부터 장애이해 교육이 전혀 안 돼 있어요. 이게 가장 심각한 문제예요. 장애에 대한 이해 자체가 없는데 장애학생들이 통합교실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겠어요.” 류씨는 올 5월 아이를 특수학교로 전학시켰다.

장애아동을 일반학교에서 일반아동과 함께 교육시키는 통합교육은 유엔이 보장하는 장애인의 권리이자 국제사회의 약속이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24조는 “장애인의 교육 받을 권리를 인정하고, 권리를 균등한 기회에 기초하여 차별 없이 실현하기 위하여, 모든 수준에서의 통합적인 교육제도와 평생교육을 보장함은 물론 장애인의 통합교육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한국은 이 협약의 당사국으로 특수교육대상자의 70%가 일반학교에서 교육받고 있다.

하지만 70%라는 이 수치가 명실상부한 통합교육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장애학생들이 물리적으로만 일반학교에 배치돼 있을 뿐 방치와 차별, 괴롭힘 등으로 인해 제대로 된 통합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수학교에서 장애인들만 따로 교육을 받는 분리교육이 학교를 다니는 동안은 편할지 모르지만 졸업 후 사회통합에는 비용을 유발한다. 이런 생각에 대부분의 장애아 부모들은 초등 단계에서는 일반학교에 자녀를 입학시키지만, 잔인한 교실 풍경에 지쳐 상처만 입은 채 특수학교로 옮기는 경우가 태반이다.

정신지체 및 중복장애 특수학교인 상록학교에 근무하는 김양주(47) 교사는 “통합학급에 다니는 장애 학생 부모님들로부터 전학 오고 싶다는 문의전화가 굉장히 많이 온다”며 “담임교사의 무관심과 아이들의 괴롭힘으로 상처받은 학생들이 특수학교로 전학 와선 너무들 행복해 한다”고 말했다. 상록학교로 오기 전 일반학교 통합학급에서 특수아동들을 가르쳤던 김 교사는 “일반학급에 물리적으로 통합시킨다고 통합교육이 되는 게 아니다”라며 “제일 중요한 건 담임교사의 이해도”라고 강조했다. “학급에 전반적으로 공동체감이 잘 형성돼 있고, 장애만이 아니라 아이들 사이의 차이에 대해 인정하고 도와주는 분위기면 저절로 통합이 잘 됩니다. 그런데 담임이 아이들을 경쟁시키고 지적하는 문화가 형성된 반은 뭘 해도 안 돼요. 장애이해 교육을 하다 보면 저학년에는 공감대가 잘 형성됩니다. 하지만 3, 4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굉장히 냉소적이 돼요. 우리가 입시경쟁 구도에 아이들을 내몰다 보니까 상대를 이해한다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지는 거예요. 지금 학원 가야 하는 내 문제가 너무나 급하고 피곤하니까 다른 아이를 이해하는 것이 귀찮고 짜증나는 일이 되는 거죠.”

◆교육환경별 특수교육대상자 현황

안승준(36) 한빛맹학교 수학교사 역시 “통합교육의 최대 저해 요인은 일반학교의 교사들”이라고 지적했다. 장애 학생에 대한 이해와 교육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장애 학생들의 조금 다른 소통방식에 대해 왜곡된 교정이나 훈계를 시도하고, 이것이 비장애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다는 것이다. “아이가 특수학교 출신이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도록 학부모들이 통합학급에 자녀를 보내려는 욕구가 커요. 외향적 성격인 저도 대학에 가서 ‘서울맹학교 나왔습니다’ 했을 때 낙인이 찍히는 느낌을 받았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지금의 학교 현실에서 아이들의 인생과 진로가 달린 문제에 모험을 강요하는 건 잔인한 일 아닌가요?” 안 교사는 “통합학급이 이상적이긴 하지만 현실의 통합교육은 아이에게 수영을 배우라며 가르치지도 않은 채 바닷물에 던지는 꼴”이라며 “물리적 공간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사회화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애영역별 특수학교 현황

특수교육대상자의 30%밖에 특수학교에 갈 수 없을 정도로 특수학교가 부족하다는 주장은 모든 장애 학생이 특수학교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모종의 전제를 깔고 있다. 서울 강서구 공진초 사태로 촉발된 특수학교 설립 확대 요구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6일 “서울시 전 자치구에 특수학교를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조 교육감은 “공진초 부지에 특수학교를 설립하는 과정에 시민들이 뜨거운 지지를 보내줬다”며 “아직 크게 부족한 특수교육 시설을 계속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류재연 나사렛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공진초 자리에 특수학교를 설립하는 것은 충분한 타당성이 있지만, 분리교육을 강화하는 특수학교를 여기저기 대거 신설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분리교육이냐 통합교육이냐는 손쉬운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장애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두 시스템 모두 필요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특수학교 설립에 모든 논의가 집중되고 있는 사이 통합교육은 잊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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