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막기 위해 예방타격을 가한다면 반드시 전쟁이 일어나며, 최소 수십만 명의 희생자를 낼 것이라고 영국 싱크탱크가 예측했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영국 독립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미국과 북한 사이 갈등으로 임박한 ‘2차 한국 전쟁’의 가능성을 검토하는 연구보고서 ‘한국전쟁을 위한 준비(Preparing for War in Korea)’를 발행하는 행사를 열었다.
맬컴 차머스 RUSI 사무국 부국장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제2차 한국)전쟁은 이제 실제로 가능성이 있다”라며 “북한이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가운데 시간은 외교의 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그 이유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국 고위관료들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협박하는 상황을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북미관계는 핵무기를 가진 적대국 사이의 전쟁이 예방된다는 전통적인 핵억지이론이 통하지 않는 관계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개전 시나리오로 ▲북한이 미국의 기습공격을 받으리라고 믿어서 선제공격을 가하는 경우 ▲미국이 괌 혹은 캘리포니아를 향한 미사일 공격을 감지하고 예방타격을 가하는 경우 등을 들었다. RUSI는 이 중 어떤 경우라도 한반도에서 전면전을 피할 수는 없다고 봤다.
전쟁의 양상은 ▲미국의 초기 공습과 사이버공격 ▲북한의 서울 등 남한을 향한 대규모 보복 공격 ▲남한을 향한 북한의 전면 침공 순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전쟁이 실제로 일어날 경우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재래식 전투만으로 희생자는 최소 수십만명에 이를 것이며 국제 경제의 무역공급체제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또 미국이 한국의 동의 없이 북한에 예방타격을 가할 경우 이는 사실상 서울을 희생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차머스 부총장은 “기습 공격이 이뤄질 경우 영국은 대응책을 결정하는 데 불과 몇 시간의 여유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영국 정부가 미국 정부에 예방타격을 배제하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영국 정부가 다른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해 국제 제재와 외교를 통해 북한의 핵개발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USI는 제1대 웰링턴 공작 아서 웰즐리가 1831년 설립해 약 2세기 동안 운영해 온 독립 군사연구기관으로 국방과 안보 전략 전문 연구를 수행하며 영국 정부는 물론 미국에서도 전문 싱크탱크로서 참고한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