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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계규 화백의 이 사람] ‘가지 않은 길’ 걷는 메르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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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계규 화백의 이 사람] ‘가지 않은 길’ 걷는 메르켈

입력
2017.09.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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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감, 실용주의, 결단력. 24일(현지시간) 총선 승리로 4연임에 성공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성공 요인은 끝도 없다. 2015년 대규모 난민을 받아 들여 전에 없는 정치적 위기를 겪은 뒤에도 메르켈 특유의 ‘무티(엄마) 리더십’으로 굳건히 이 자리까지 왔다. 그는 이제 정치 스승 헬무트 콜과 나란히 독일 최장수 총리란 타이틀을 거머쥘 참이다.

하지만 메르켈에게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역대 최저 득표율이 초래한 반쪽짜리 승리는 복잡한 연정 방정식 과제를 남겼다. 메르켈이 이끄는 기독민주당ㆍ기독사회당(CDUㆍCSU) 연합의 예상 의석 수는 전체 709석 중 246석.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해선 대연정 카운터파트였던 사회민주당(SPD)의 참여가 필수적이나 마르틴 슐츠 사민당 대표는 일찌감치 “야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로선 CDUㆍCSU(흑)와 자유민주당(FDPㆍ황), 녹색당(녹)이 합쳐진, 이른바 ‘자메이카 연정(3당의 색 조합이 자메이카 국기와 동일)’이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된다. 사실 사민당과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AfD)’, 극좌 좌파당을 제외하면 딱히 다른 대안도 없다.

문제는 세 정당의 ‘화학적 결합’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독일사회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이민정책, 유럽연합(EU) 통합, 안보 문제 등에 있어 자민당은 우향우 노선을 분명히 하는 반면, 녹색당은 친(親)이민ㆍEU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연정을 꾸린다 해도 중도우파 메르켈과 연정 파트너들의 불안한 동거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미국 온라인매체 복스의 매튜 이글레시아스 공동설립자는 “자메이카 연정은 한 차례도 시도되지 않은 구성”이라며 “메르켈의 최대 과제는 극우도 트럼프도 아닌 정부 안정화”라고 지적했다. 노련한 정치적 셈법으로 16년 연임에 성공한 메르켈이 어떤 묘수를 내놓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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