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은 개ㆍ돼지’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나향욱(48)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파면 처분은 과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 김국현)는 29일 나 전 기획관이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파면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나 전 기획관은 지난해 7월 경향신문 기자들과 저녁 식사를 하던 중 ‘민중은 개ㆍ돼지다’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 내용이 보도돼 파문이 일자 교육부는 중앙징계위원회에 징계를 요구했고, 국가공무원법이 규정하는 가장 무거운 징계인 파면처분이 내려졌다.
법원은 나 전 기획관 징계사유 중 하나인, 언론에 보도된 내용된 ‘민중은 개ㆍ돼지’등 발언은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히며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발언 파장을 예측했으면서도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또 다른 징계사유에 대해서도 법원은 “기자들이 발언을 문제 삼으며 녹음까지 하는 상황이었다면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거나 정정했어야 한다”며 “기사가 나온다는 것을 알면서 보도를 막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다만 나 전 기획관에 대한 징계가 지나치게 과해 ‘비례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그의 행위가 공무원징계령 시행규칙에 명시된 파면 기준(비위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진 않는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지 않았지만 ‘개 돼지 이야기는 영화 내용을 인용한 것’ ‘그게 지금 우리 현실이니까’라고 언급하며 자신이 한 말이 보도된 내용과 같은 취지는 아니라고 해명했다”며 “파면 처분은 언론보도로 공직사회 전반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국민적 공분을 초래했다는 사정이 과도하게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시 술을 많이 마신 점도 감안됐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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